양송이버섯덮밥
슈퍼에 들렀다가 할인 코너에서 큼직한 양송이버섯 한 봉지를 발견했다. 투명한 비닐 너머로 실한 버섯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대충 세어도 열다섯 개는 훌쩍 넘어 보였다. ‘이 정도면 며칠은 반찬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싶은 마음에, 마치 든든한 아군이라도 얻은 듯 기분이 좋아졌다.
한국에 살 땐 냉장고에 버섯이 늘 있었다.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처럼 다양한 종류가 계절 따라 바뀌긴 해도, 버섯은 늘 손 닿는 곳에 있었다. 퇴근길에 들르는 야채 가게에서는 다양한 버섯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늘 한두 봉지씩 사 오곤 했다. 팽이버섯은 된장국에, 느타리는 샤부샤부에, 새송이는 고기 먹을 때 곁들이는 게 익숙했다.
하지만 노르웨이에 오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버섯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 양송이나 표고 정도. 그중 양송이가 조금 더 저렴하긴 해도, 넉넉히 사기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1kg에 75 크로네, 우리 돈으로는 대략 만 원 정도다.
그래서 양송이버섯을 발견했을 때, 이건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확인했더니, 그 봉지는 겨우 5 크로네(약 650원). 눈을 의심할 만큼 저렴했다. 이 정도 양에 이 가격이라니, 오늘은 참 운이 좋았다.
봉지를 단단히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마치 보물이라도 손에 넣은 듯한 기분. 이런 소소한 기쁨이 일상에 온기를 더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나도 슈퍼에 갈 때마다 할인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다.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문득 엄마의 버섯덮밥이 떠올랐다. 어릴 적, 내가 “맛있다”라고 한마디 하면 엄마는 며칠이고 그 음식을 해주셨다. 결국엔 “이젠 좀 지겨워”라며 투정을 부리곤 했지만, 오늘따라 그 맛이 유난히 그리웠다.
엄마의 손맛을 온전히 따라 할 순 없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 보기로 했다. 버섯을 볶다가 간장 한 스푼을 넣는 순간, 고소하고 짭조름한 향이 부엌 가득 퍼졌다. 그 향기 속에서 엄마의 부엌, 그 따뜻한 냄새가 떠올랐다. 괜히 마음이 포근해졌다.
계란말이 하나 곁들인 소박한 저녁상이었지만,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옛 기억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마치 가족과 함께 식탁을 나누는 듯한 온기. 작은 버섯 봉지가 건넨, 작지만 깊고 넉넉한 행복이었다.
재료:
필수재료: 큰 양송이 3개, 멸치 4마리, 간장, 굴소스, 옥수수 가루 (또는 감자전분), 소금, 후추, 물 200ml, 마늘(3-4쪽), 양파(1/2개), 밥
선택 재료(재료는 집에 있는 것들로 자유롭게 대체 가능): 파프리카, 햄(4-5장)
만드는 법:
1. 재료 손질하기
양송이, 파프리카, 마늘, 양파, 햄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재료는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변경해도 무방하나, 양송이는 메인 재료로 고정한다.)
2. 멸치 육수 만들기
물 200ml에 멸치 4마리를 넣고 끓여 간단한 육수를 준비한다.
3. 볶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자른 마늘과 양파를 넣어 볶습니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양송이, 파프리카, 햄 등을 추가해 함께 볶아준다.
4. 양념 추가하기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간장 5큰술과 굴소스 1큰술을 넣고 양념을 한다.
간장과 굴소스의 양은 기호에 따라 조절한다.
5. 멸치 육수 넣기
준비한 멸치 육수를 프라이팬에 부어 함께 끓여준다.
6. 농도 맞추기
옥수수 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혼합물을 조금씩 넣어 농도를 맞춘다.
농도가 적당히 걸쭉해지도록 조절한다.
7. 마무리 간 맞추기
소금과 후추로 마지막 간을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