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데미안』 - 아이의 정신으로

알과 새, 그리고 나의 이야기

by 지훈 Jan 19. 2025

요즈음 과거에 읽었던 책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어려웠던 책들이 왜 어렵게 느껴졌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 속에 담긴 메시지가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헤르만 헤세의『데미안』은 제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책입니다.

이 작품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며, 제 내면의 성장과 함께 계속해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알과 새, 그리고 나의 이야기

데미안 - 민음사

중학교 시절, 아버지를 따라 보수동 책방 골목을 거닐다 우연히 데미안을 발견했습니다.

책을 집어 드는 순간, 그 제목과 표지가 저를 부르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가슴속 깊은 울림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을 때, 저는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어려운 책을 읽고 있다는 만족감만이 저를 지탱했을 뿐이었죠.


그러나 그 시절의 경험이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남긴 질문들은 제게 깊은 여운으로 남았고,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시절 다시 데미안을 마주했을 때,

마치 굳게 잠긴 자물쇠가 열리는 것처럼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그 유명한 문장이, 그때는 단지 멋진 문구로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저를 옭아매던 껍데기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며 그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알은 저를 보호했지만, 동시에 속박했습니다.

타인의 시선, 사회의 기준, 익숙함에 머무르려는 마음, 그 모든 것이 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나는 알 속에 갇혀서는 자유로워질 수 없었습니다.

고통스럽더라도 껍데기를 깨고 나와야만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브락사스, 그리고 초월의 상징

아브락사스 - 위키백과

데미안에서 아브락사스는 단순한 신의 이름 그 이상입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 존재를 통해 인간이 가진 내적 갈등 초월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아브락사스는 선과 악, 빛과 어둠, 창조와 파괴처럼 대립적 개념을 초월하는 존재입니다.

전통적인 신과 악마의 개념을 넘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초월적 실재를 상징합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이분법적 사고로는 설명할 수 없는, 모순적인 동시에 완전한 존재입니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여기서 아브락사스는 새가 날아가야 할 궁극적인 목표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목표는 단순히 선이나 악, 옳고 그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브락사스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직면하는 내면의 모순과 부조리를 끌어안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초월하는 길을 상징합니다.


아브락사스는 단순히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우리 각자 내면에 자리 잡은 힘입니다.

그 힘은 우리가 기존의 틀을 깨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를 이해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모든 부조리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는 과정입니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는 문장은 결국 나 자신을 향해 나아간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브락사스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모순을 두려워하지 말고, 혼란을 받아들이며, 부조리 속에서도 진리를 찾으라고.




내면의 소리


데미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는 내면의 소리입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자신의 내부에 세계를 지니고만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의식하고 있느냐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는 일이오.


내면은 끊임없이 외칩니다.

진정한 나로 태어나기 위해, 알을 깨기 위해, 저를 흔들고 움직입니다.

그러나 그 소리를 무시하고 외부의 소음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영원히 알 속에 갇혀버릴 것입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통해 점차 자신만의 확실성을 찾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랑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 이상의 힘입니다.

사랑은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가능성을 일깨우고, 저를 더 큰 세계로 이끌어줍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또한, 예술과 같은 다른 형태의 사랑도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예술은 타인의 고뇌와 희망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열어줍니다.




데미안, 그리고 나

낙타, 사자, 아이의 정신 - anthologia

저는 이제 데미안을 단순히 성장 소설로 보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깨닫고 초월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여정은 단순히 기존의 세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따라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가는 일입니다.

알을 깨고 나와야 비로소 새가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내 내면의 힘을 깨닫고 행동해야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정은 헤르만 헤세가 니체의 사상에서 영감을 받았음을 느끼게 합니다.

니체가 말한 낙타, 사자, 아이의 변신은 알 속의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결국, 데미안은 제게 있어 단순한 책을 넘어선 삶의 지침서와도 같습니다.




당신만의 알을 깨세요

쇼생크탈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알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 알은 보호막이자 동시에 속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를 원한다면,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알을 깨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나로 태어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스탠리 큐브릭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가 본 걸 설명할 수 없을 때,
그 경험이 자기 내부에서만 설명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에게 질문하기 시작한다.


저는 이제 질문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그 질문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저는 조금씩 더 자유로워집니다.


이 글이 당신의 여정에도 작은 깨달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모두 자신만의 알을 깨고 날아오르는 날을 꿈꾸며.

매거진의 이전글 『모순』 - 모순의 우리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