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
둘째 작은 엄마는 음식 솜씨가 영.. 하여튼 그랬다. 반찬 맛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좋아하는 반찬이 없었다.
엄마가 그렇게 밥상을 차려준다면, 할머니는 고함을 고래고래 지를 것이 분명하다. 고함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을 찾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 저게 시어머니 밥을 굶기네. 아이고, 사람 살려. 나 죽네. 나 죽어.
아침에 할머니와 같이 밥을 먹으려던 엄마는 할머니의 반찬 투정, 음식 타박. 곡소리에 일단 기본 세 가지 국을 미리 끓여 놓는 게 습관이 되었다.
반찬들도 할머니를 위주로 한 것이었다. 입맛이 워낙 까다로워. 밥상을 뒤엎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김은 무조건 손수 구운 김이어야 했다.
어렸을 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미역국, 김치찌개, 북엇국, 오이냉채. 다들 집에 세네 개 정도의 국은 다 있는 줄 알았다.
중학교에 들어간 후 친구들 집을 드나들며 알았다. 국은 하나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은 해삼이다. 어린 나이에 이상하게 생긴 게 신기해서 이름을 물어본 기억이 있다. 엄마 이거 뭐야?
엄마는 운천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해삼을 구매했다. 살아있는 해삼을 나무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로 잘랐다. 그럼 오돌토돌한 해삼이 움츠려 들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혼자 해삼을 먹었다.
해삼 : 예로부터 '바다의 인삼'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지녔다.
엄마는 할머니가 떠난 후에도 국 세 개 끓이는 습관을 쉽게 고치질 못했다. 아. 이건 뭐 노예정신인가. 세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