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딱지가 내려앉게 우리 할머니는 남아선호사상과 남존여비사상의 집합체인 분이셨다. 모순적이게 본인은 여자였다. 할머니 말을 인용하자면 쓰잘데기 없는 지집년, 계집년.
둘째 작은엄마 즉,
아들만 둘 낳은 착한 며느리의
첫째 아들인지, 둘째 아들인지.
사랑스러운 손자가 학교 친구랑 다퉜다.
그 소리를 누구에게 들은 것인지. 절대 할머니 귓속에 들어가선 안 됐다. 아마 맞고 온 놈이 할머니한테 얘기했겠지.
할머니는 다음 날 학교에 찾아갔다. 아침에 찾아갔는지, 하교 후에 찾아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는 손자와 싸운 친구를 찾아냈다.
고작 초등학생 1, 2학년 짜리를 팼다. 그 아이를 패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상이었으니. 오랜만에 몸을 풀은 할머니.
그 아이가 불쌍했다. 할머니 힘 진짜 센데. 분명히 악담과 저주를 퍼부었을 텐데. 기억에서 잊기를. 잊히지 않겠지만.
그 일로 할머니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그 누구도 할머니의 손주들을 건들지 않았다.
당시 나름 있는 집 자식들이 다니던 학교.
귀한 자식을 때렸으니 둘째네 부부는 할머니 깽값에 돈을 좀 썼다.
깽값 : 깽판 치는 데 드는 비용. 합의금, 보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