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안동 김 씨의 막내딸로 태어나
어마무시한 부자였다. 위로는 오빠들이 있었다. 하지만 딸은 가르치지 않았던 그런 집안이었다.
할머니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또 결혼을 했다.
첫 번째 결혼에서 여자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남편을 먼저 보냈다. 딸이 혼자 지내는 걸 볼 수 없었던 할머니의 부모님.
그렇게 할머니는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자신이 낳은 딸은 부모님께 남겨 두고.
나는 할머니의 재혼과 숨겨진 딸의 비밀을 알 도리가 없었다.
삼 형제를 낳았는데, 왜 고모가 있지?
그런 단순한 의문뿐이었다.
어린 날의 기억 속에 엄마와 오빠가 고모네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밑도 끝도 없이 무심천 다리를 혼자 건너갔던 기억이 있다.
비가 엄청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결국 고모네 집을 찾지 못하고, 비에 온몸이 홀딱 젖은 채 집에 돌아왔다. 어렴풋이 나는 고모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오빠는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고모와 엄마.
고모는 우리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엄마는 오빠의 사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고모가
그러게 조상을 잘 모셨어야지.
그 말을 들은 엄마는 화가 나서 고모에게
그렇게 조상을 잘 모셔서 자식들이 다 이혼했어요? 애가 다쳤으면 괜찮은지 물어보는 게 정상 아니에요?
이혼은 당사자의 일이지만, 그 당시 이혼은 집안의 수치라고 여길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엄마도 차마 하지 못했다.
조상을 도대체 얼마나 모셔야 되나. 제사란 제사는 다 모시고 있는데. 지긋지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