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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상한 건 마음이 있어서이다.

또다시 경찰

by 창순이

5월 23일, 네이버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다.

“가정폭력 조사 중 갑자기 흉기 부상 경찰, 안전장구 안 찼다.”


제목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었다.

경찰이 다친 이유가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인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누르며, ‘또 언론의 경찰 때리기가 시작됐구나’ 싶어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기사 전문을 읽어 내려갔다.


사건은 이랬다.

“살려달라”는 아내의 112 신고가 접수됐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두 명은 부부를 분리시킨 후 진술을 청취 중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주방으로 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몸싸움을 벌이다 부상을 입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경찰 관계자의 인터뷰.

“출동 지령에 안전장구 착용 지시가 있었으나, 경찰관들은 착용하지 않았다.”

이 한 문장이 내 속의 불구덩이를 다시 타오르게 했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가정폭력 신고는 가장 자주, 가장 많이 접수되는 신고 중 하나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들어온다. “살려달라”는 신고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접수되며 급박한 신고도 있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말다툼으로 끝나며, 실제로 폭력이 일어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단 흉기나 신체 폭력으로 이어지면,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가정폭력 신고는 ‘가장 빈번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신고’라고 불린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안전장구라 함은 방검복, 방검장갑, 헬멧 등 다양하다. 이들을 하나하나 챙겨 입다 보면 5분, 10분은 금방 지나간다. 신고 현장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그 몇 분은 생사를 가르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신고에 안전장구를 입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안전장구를 착용하느라 현장 도착이 늦어졌다면,

언론은 이렇게 썼을 것이다.


“가정폭력 신고 출동 중, 안전장구 착용하느라 늦어… 경찰 늦장 대응 논란.”


결국 어떤 선택을 해도, 기사 제목은 경찰을 탓하도록 쓰인다.

흉기에 찔린 이유가 본인의 실수이기라도 하듯,

현장에서 목숨 걸고 일한 경찰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왜 선배들이 점점 더 냉소적으로 변해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이 분노를 견딜 수 없어, 선배 한 분께 하소연을 했다.

그분은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네가 아직 경찰에 애정이 있으니까, 기사를 보고 화도 나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애정이 없었다면 무뎌졌을 것이다.

그러나 애정은 때때로 분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이 조직을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애틋하고, 종종 공허하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선배들처럼 지쳐서 등을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지금 이 순간, 내 안에 남아 있는 애정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내 신념과 가치를 잃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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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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