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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일이 좋아서

누군가에게 내 글이 닿았으면 해

by 창순이

“이런 걸 왜 써? 그냥 일기장에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친구가 툭 던진 말에 순간 멍해졌다.

속은 부글부글했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넘겼다.

집에 돌아오는 길, 자꾸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 솔직히 내 글 대부분은 일기랑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사람들한테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잠시 멈춰 서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처음을 떠올렸다.

군 동기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와, 멋지다.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도 한번 해볼까?

그 마음 하나로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고,

그날부터 매일 뭔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진짜 막막했다.

빈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하루가 가기도 했고,

쓴 걸 다시 읽고는 다 지워버린 날도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 쓰고 싶었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그게 묘하게 기분 좋았다.


하루를 돌아보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어느새 글쓰기는 내 하루 중 가장 소중한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작은 바람이 생겼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나도 써볼까? 하고 생각해 줬으면.’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보다,

글쓰기가 재미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누가 뭐래도 즐겁게, 꾸준하게.

내 안에서 시작된 이 열풍이

어디론가 퍼져나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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