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온도
인스타그램은 왜 하는 거예요?
경찰청 본청에서 디지털 성범죄 관련 교육을 듣던 중, 교수님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굳이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아 어색한 미소로 대신했다.
그 질문은 꽤 오랫동안 내 생각을 붙들었다.
SNS에 대한 나의 시선은 해마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바뀌어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SNS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보다 알고 싶지도 않은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억지로 알게 되는 게 지쳤다.
연인과 데이트하는 모습을 굳이 올리는 건 무슨 의미일까?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간 걸 왜 꼭 스토리에 공유해야 할까?
콘서트 현장에서 카메라부터 드는 사람을 보면,
“직접 눈으로나 볼 것이지… 관종인가?”
속으로 그렇게 비난했다.
나는 내가 남들보다 더 깨어 있고 덜 휘둘린다고 믿는,
우월감에 빠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모든 SNS를 정리하고 떠났고, 한동안 평온한 듯 지냈다.
그러다 약 1년 전, 다시 인스타그램에 가입했다.
처음부터 마음이 바뀐 건 아니었다.
문득 떠오른 몇몇 친구들.
‘잘 지내고 있을까?’ ‘요즘은 무슨 일을 할까?’
그런 궁금증이 생겼지만, 몇 년 만에 연락을 건넨다는 게 선뜻 쉽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게 인스타그램이었다.
스토리 속에는 누군가의 하루가 담겨 있었다.
운동하는 모습, 카페에서 책을 읽는 순간, 연인과의 데이트.
예전에는 시시하게 느껴졌던 일상들이, 이제는 어쩐지 반가웠다.
그 사람의 ‘지금’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따뜻하게 다가왔다.
처음엔 부끄러웠다.
예전에 인스타그램을 그렇게 비판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돌아온다는 게.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나를 진심으로 신경 쓰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 질문 앞에서, 부끄러움은 자연히 사라졌다.
다시 활동을 시작한 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었다.
짧은 ‘좋아요’ 하나, 가벼운 댓글 하나가 낯선 거리를 좁혀줬다.
비가 오는 날, 누군가는 짜증을 내지만
누군가는 그 비 덕분에 맑게 갠 하늘을 기대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만 바꾸면,
지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언젠가는 따뜻하게 다가올 수 있다.
마치 내가 다시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