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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휴식

손바닥 부상

by 창순이

크로스핏 3개월 차 크린이 창순이, 이틀 전 머슬업을 하다가 손바닥이 망신창이가 되어 운동을 쉬고 있다.

강제로 맞이한 휴식이 낯설었다. 오히려 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올해 들어 운동을 거른 날이 손에 꼽힐 정도였다.

정신없이 바쁜 날에도, 일하고 지친 날에도 결국 박스로 향했다.

오죽하면 회사에서 와드(WOD) 생각이 날 정도였으니.

조금만 더 갔으면 중독 수준이었을 텐데,

손바닥이 나를 말려 세운 셈이다.


쉬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막 시작했을 땐 그저 운동을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와드 1, 2등 하는 사람보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박스에 나오는 사람들이 더 멋있다.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업무에 치이고, 집에서도 할 일이 산더미인데도

운동하러 나오는 그 모습.


박스 안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

특히 40대가 넘은 형, 누나들을 보면

“나도 저 나이에도 저렇게 뜨겁게 살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샤워실에서 문득 한 형님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형, 사업하시면서 운동 나오는 거 안 힘드세요?”

내 질문에 형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바빠서 못 한다는 말,

실제로는 진짜 바빠서 못하는 경우는 별로 없어.

그냥… 귀찮은 거지.”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운동은 결국 시간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이틀의 휴식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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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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