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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엄마 퇴직하면 뭐 할까?

엄마의 퇴직, 나의 시작

by 창순이

"아들, 엄마 퇴직하면 뭐 할까?"


오랜만에 집에 들른 나에게 엄마는 식사 도중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30년 동안 공기업에 다닌 우리 엄마. 이제 정년을 앞두고 가장 큰 고민은 퇴직 후의 삶이었다.


"그 정도 일했으면, 이제는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엄마는 조심스레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30분쯤 대화를 나눴고, 엄마의 퇴직 후 계획은 두 가지로 정리됐다.


제주도 한 달 살기, 그리고 스위스 여행.


30년을 일한 사람의 퇴직 계획치고는 어쩐지 소박하게 느껴졌다.

그 모습이 괜히 귀엽고 짠했다. 짧지만 진솔했던 대화가 끝나고, 엄마는 약속이 있다며 바삐 집을 나섰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지금 퇴직한다면 뭘 하고 싶을까?'

아니,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건 뭘까?'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의 이 직장도, 이 삶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사실.

나 역시 언젠가 퇴직을 하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에 적응해야 할 날이 온다는 것.


경찰 업무는 분명 보람차고 재미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 모든 건 언젠가 끝이 난다.

그리고 그 끝에는, 허무함이 밀려올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진짜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서른 살,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금.

눈앞의 목표만 좇을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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