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수사관의 비망록
“할 수 있겠어?”
출근하자마자 팀 선배의 걱정 섞인 질문이 나를 맞이했다. 사건 하나를 맡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었고, 그것은 내게 처음 맡게 되는 구속 사건을 의미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자신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미 머릿속은 기존 사건들로 가득했고, 무엇보다 구속은 깊이 알 수 없는 수영장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 같은 두려움의 존재였다.
하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드디어 올 게 왔네요. 해보고 싶었는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사건은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용은 무겁고 복잡했다. 한 성인이 미성년자에게 저지른 중대한 범죄였고, 증거라고는 피해자의 진술뿐이었다. 조사 준비, 자료 정리, 절차 검토… 하나하나가 낯설었고, 나는 마치 망망대해에 홀로 표류하는 기분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끌어주는 손길들이 있었다.
“참고인 조사는 내가 맡을게. 넌 조사 준비 먼저 해봐.”
“서류는 내가 초안 잡아줄게. 넌 보고서 정리하면 돼.”
선배들은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고, 내가 길을 잃을 때마다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들은 어둠 속 등대 같았고, 봄날 창문을 스치는 햇살처럼 따뜻하고 분명한 존재였다.
덕분에 나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조사에 집중하고, 자료를 쌓고, 결국 막막했던 사건은 하나씩 윤곽을 드러냈고,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모든 인간의 고통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인간은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도했다.
그 말이 내게 깊이 다가왔다.
첫 구속 사건을 마주한 두려움 속에서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사람들의 손길과 관계의 힘이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따뜻한 격려, 옆자리의 묵묵한 지원. 그 모든 것이 내가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발판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사건은 끝이 났고, 나는 나의 첫 여정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끝에는 함께해 준 사람들의 손길이 기억에 남았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사건 결과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나와 함께해 준 사람들의 존재였다. 그렇게 나는 혼자서는 몰랐을 것들을, 함께라면 두렵고 막막한 순간도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 소중한 깨달음을 내 수사 인생의 첫 장에 고이 담아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