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해장국 먹다가 바라본 현재의 나
“주임님, 인간의 고통은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게. 너무 가까워져도 문제고, 그렇지 않아도 문제야. 사회생활하다 보면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게 오히려 안 좋을 때도 있더라고.”
주말 당직 점심시간, 주임님과 해장국을 먹으며 인간관계 이야기가 시작됐다.
평소 말씀이 적으신 주임님은 이런 무거운 주제만큼은 말문이 트이시는 편이다.
그렇게 우리는 짧은 30분 식사 시간 동안 각자 살아온 삶을 토대로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치 소나기가 지나간 뒤 찾아오는 햇살처럼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이 정적이 무척 좋았다.
그 틈에 나도 생각에 잠겼다.
요즘 내 인간관계를 곱씹어봤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 운동으로 인한 부상 스트레스는 컸지만,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무엇보다 지금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어릴 땐 지나치게 타인에게 관심받으려 애썼지만, 30대가 된 지금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지키려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행복하다는 건, 그 계획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뜻일 것이다. 가끔은 예전 버릇이 불쑥 튀어나와 선을 넘고 억지로 친해지려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적정한 거리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내 안의 불씨를 잠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