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누운 아이
00군으로 출장 조사를 다녀왔다.
길바닥에 누워 떼를 쓰는 아이를 엄마가 발로 한 대 때린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아동학대 사건이라 생각했다. 인근 CCTV 영상을 확인하고, 목격자 진술을 검토했을 때도 학대로 볼 정황이 충분해 보였다.
그런데 아이 엄마를 조사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 엄마는 평일에는 남편 병간호를 하고, 주말에는 생계를 위해 주방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첫째를 제외한 둘째와 막내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얼마나 버거웠을까.
그 속에서 아이들 또한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기 어려웠을 테고, 결국 길바닥에서 떼를 쓰며 울부짖게 된 것은 아닐까.
아이 엄마의 사정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세상 참, 불공평하네.”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태어나고 싶었을까. 장애를 안고 태어나길 원했을까.
그 누구보다도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에게 왜 이런 시련이 주어진 걸까.
그리고 엄마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나 힘들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 아프지 않고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