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의 기억
20년 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누구를 만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가끔은 지나간 기억과 사람, 풍경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 그 사람과 함께 걸었던 길, 들렀던 가게, 함께 먹었던 음식 같은 것들이 그렇다.
내게 ‘기억’이라는 것이 존재하던 그 시절, 나는 마을에서 단 하나뿐인 아파트에서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는 글을 모르셨지만, 특유의 억척스러움 덕분에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을에는 할머니를 따르는 ‘할머니 부대’가 있을 정도였다.
궂은 집안일로 허리는 일찍 굽었지만, 체력만큼은 남달랐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걸어서 왕복 두 시간이 걸렸는데, 할머니는 매일 빠짐없이 내 등하교를 함께해 주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학교에 다녔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혼자 등하교를 하게 되었다. 할머니가 뇌경색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셔야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떨어지기 싫었던 나는 길바닥에 누워 울고불고 떼를 썼고, 그동안 할머니께 못되게 굴었던 일들이 뒤늦게 후회되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고향으로 돌아가 할머니와 함께 걷던 길을 걷곤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다 보면, 잊힌 줄 알았던 할머니의 온기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