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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일기 - 조사실에 앉은 아이들

작은 싸움에서 비롯된 일

by 창순이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


오후 두 시, 한 여학생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경찰청에 들어섰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작디작은 아이였다. 몇 달 전 친구와 사소한 다툼이 있었고, 그 일은 부모의 진정으로 이어져 결국 사건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 싸움의 수위는 크지 않았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아이들끼리 있을 수 있는 흔한 일이었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친구와 치고받고 싸우다 이내 화해하고, 또 아무렇지 않게 어울리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요즘은 “내 아이는 피해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사과 따위는 고려되지 않는다. 절차는 늘 같다. 학폭위를 열고, 필요하면 고소로 이어진다.


나는 어릴 적,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며 그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그리고 그 사과를 받아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배웠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교사들 역시 민원을 피하려 중재자가 되기를 꺼리고, 그저 학폭위를 열어 규정에 맞게 절차를 밟을 뿐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나는 쉽게 말할 수 없다. 다만 아직 세상을 배우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경찰서 조사실에 앉아 있는 이 풍경만은, 차갑고 씁쓸하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나조차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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