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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고 만난 기억

미용실

by 창순이

며칠 동안 바쁘게 지내다 보니 외모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거울 속 덥수룩한 머리를 보니 치열했던 한 주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모습은 동시에 이제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오늘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며 미용실로 향했다. 멍하니 걷다 보니, 어느새 내가 가려던 길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황급히 되돌아가던 중, 낯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 시절,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였다. 나는 그곳에서 매일 저녁 현수막을 걸고, 새벽이면 다시 거두는 일을 했다. 허가받은 일은 아니었기에 늘 단속을 피해 움직여야 했지만, 하루 2만 원씩 모여 한 달이면 60만 원. 그 돈은 궁핍했던 나를 지탱해 준 소중한 버팀목이었다.


잠시 길을 잃은 덕분에 잊고 있던 기억이 불쑥 다가왔다. 그리고 그 기억은 뜻밖에도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물들였다. 때로는 엉뚱한 길이 가장 좋은 선물이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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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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