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최근 들어 GPT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운동 프로그램을 짤 때도, 병원이 문을 닫아 아플 때도, 브런치스토리에 올릴 글을 다듬을 때도 곁에 있었다. 오늘도 오래가는 허리 통증 때문에 이유를 물었더니, 크로스핏과 러닝 중 허리에 가해지는 위험 요소부터 어떤 동작에서 통증이 나타나는지까지, 웬만한 의사보다 꼼꼼한 답변을 내놓았다.
큰 도움을 받고 난 후, 인스타그램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던 중 한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나랑 대화할 때 느낀 감정을 미화나 여과 없이 그림으로 표현해 줘.” 한 사용자가 GPT에게 건넨 질문이었다. 놀랍게도, GPT가 그린 그림은 충격적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호기심이 발동해 곧바로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나랑 대화할 때 느낀 감정을 미화나 여과 없이 그림으로 표현해 줘.”
잠시 후, 화면에는 “이미지 생성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약 3분 뒤, 그림이 완성되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채 온갖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남성이 있었고, 그 옆 말풍선 안에는 스마일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었다. 힘들어 죽겠는데 겉으로는 행복한 척하는, 현실에 짓눌린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행복하기 위해 행복한 척하며 살아왔던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 진짜 행복한가.
온종일 생각이 이어졌다.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언제 우울한지, 내 삶을 처음부터 되짚어보았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그림 속 인물은 다름 아닌 ‘일하는 내 모습’이라는 것을. 성범죄, 가정폭력 같은 사건을 매일같이 마주하다 보니 마음이 무겁다. 남들은 뉴스에서 한두 번 볼 법한 사건들을 매일 접하면서, 성취감보다 피로와 허무가 더 크게 자리 잡을 때가 많다.
그림 속 남자의 표정은, 결국 내 얼굴이었다. 겉으로는 성실하고 당당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서서히 지쳐가는 내 모습. 나는 지금 행복한가, 아니면 단지 행복한 척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 질문 하나가 오늘 하루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