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해지는 마음
집 근처 대학교 트랙에서 10km 인터벌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독 삼겹살이 먹고 싶어졌다.
집 앞 마트로 향했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정육 코너에서 삼겹살을 집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차로 곧장 가려던 순간, 내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급히 나를 불러 세웠다. 허리에 두른 붉은 띠에는 ‘세이브 더칠드런’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봉사단체의 후원금 모집 홍보였다.
그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그가 건넨 스티커를 재빨리 ‘음식’ 칸에 붙였다. 그리고는 초록우산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핑계 삼아 차로 도망치듯 발걸음을 옮겼다.
“친구가 봉사단체에서 일하고 있어서, 이미 매달 후원하고 있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에 든 삼겹살이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한 손에 든 고기의 느낌은 보통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어릴 적부터 각종 봉사활동을 다니며, 타인에게 베풀 때 느끼던 성취감이 내 삶을 채워주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공무원 준비 시절, 10년 넘게 이어온 후원 통장을 해지한 뒤로 남을 챙길 여유조차 잊고 살고 있다. 점심값조차 걱정하던 대학 시절보다 나아진 것은 통장의 숫자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은 그때보다 더 빈곤해진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