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태양광

자연

by 창순이

여수에서 전주로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 위에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풍경은 마치 스위스를 떠올리게 했다.

초록빛으로 빽빽한 산과 나무들이 햇살을 머금고 반짝였고, 그 빛깔은 운전의 피로마저 잊게 만들 만큼 찬란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산 중턱에서 낯선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철판 같은 무게로 내 시선을 붙잡았다.

태양광 패널이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 후로도 수도 없이 이어지는 광경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마치 깊게 파인 상처를 철판으로 덮어놓은 듯, 산은 제 본래의 결을 잃어버린 채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 자연을 지키겠다는 이름 아래 자연을 파괴하는, 이중적인 풍경이었다.


나는 차를 몰며 자꾸만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무엇이 진짜 자연을 위한 길일까.”


태양광은 미래의 에너지라 말한다.

그러나 그 패널이 박힌 산등성이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오히려 자연의 비명이 들려오는 듯했다.

철로 고정된 그것들은 쉽게 떨어져 나갈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자연을 위한 선택이 정말 자연을 살리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또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내는 것인지.

어쩌면 우리는 ‘지킨다’는 말 뒤에 숨어, 파괴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keyword
토, 일 연재
이전 26화삼겹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