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신속성과 완결성
텅 빈 사무실에 가장 먼저 출근해 컴퓨터를 켰다.
바탕화면에는 CCTV 영상파일과 각종 매뉴얼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새로운 파일이 들어갈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였다.
먹던 껌이 목에 걸린 듯, 숨이 막혔다.
“이걸 언제 다 보지.”
우리 부서는 사건을 순번대로 배당받는다.
그중에서도 수사관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건 교사의 정서적 학대 사건이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여성청소년수사과에 들어온 뒤 내가 처음 배당받은 사건이 바로 그것이었다.
업무 첫날부터 학교 CCTV 영상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복원된 3개월 치 영상.
수사관 한 명이 석 달 분량의 영상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어제 마지막으로 멈췄던 지점부터 재생을 눌렀다.
피해 아동의 표정, 몸짓, 교사의 태도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배속과 초점을 조절하며 아이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한순간 방심하면 아이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영상 분석이라기보다, 추격전에 가깝다.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업무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수사관님. 재촉하려는 건 아닌데요…
우리 애가 너무 힘들어해서요. 제발 좀 빨리 봐주세요.”
이런 전화는 내게 낯설지 않다.
완결성과 신속성.
두 단어는 언제나 서로를 밀어낸다.
“억울함 없게 꼼꼼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영상이 많다 보니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하지만 방금 전 그 목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잠시라도 대충 넘기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두 시간, 세 시간이 흘러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도 특별한 장면은 없었다.
깜깜한 터널을 달리는 기분이지만,
언젠가 출구가 보이리라 믿는다.
퇴근 후 냉장고를 열었다.
평소 잘 마시지 않던 500ml 맥주 한 캔을 꺼냈다.
캔을 따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한 모금 삼키자, 영상 속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이는 낮보다 선명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