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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일기 : 공감

초심

by 창순이

어릴 때부터 내 꿈은 경찰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로등조차 없던 어두운 저녁길, 혼자 집으로 돌아갈 때면 환하게 빛나던 파출소 건물은 나에게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제복을 입은 경찰을 보면 괜히 따라 걸어보고 싶었고, 다른 친구들이 ‘매직키드 마수리’를 보며 마법사를 좋아하던 때, 내게는 경찰관이 영웅이었다.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약한 사람을 돕는 사람. 나는 그런 경찰이 좋았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에 진학했고, ROTC로 임관해 군 생활을 마친 뒤 자연스럽게 경찰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처럼 순수하지만은 않았지만, 경찰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뜨거웠다. 약 1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가슴은 터질 듯 뛰었다. 주변 선배들이 조직에 대해 비관적으로, 때로는 냉소적으로 말해도 내 열정은 쉽게 식지 않았다. 나는 무엇이든 부딪히며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파출소 근무를 시작으로 학교전담경찰관, 통합수사팀, 여청수사팀을 거쳐 어느덧 4년 차 경찰이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좋은 선배들을 만났고, 수많은 민원인을 마주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편협했던 내 세계는 점점 넓어졌고,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경험들을 쌓아갔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공감’이었다. 법, 규정, 그리고 지식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민원인을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으로서, 그 모든 것에 앞서야 할 것은 공감이었다. 공감이 없다면, 아무리 정당한 매뉴얼과 원칙도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감 없이 전하는 지식은 오히려 반감을 키울 뿐이었다.


나는 아직 완성된 경찰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군가의 두려움을 덜어주던 그 파출소 불빛처럼, 나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안전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내가 꿈꾸던 경찰의 모습이었고, 지금도 나를 이 자리에서 버티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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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