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의 끝에서, 가을은 다가오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붉게 물든 단풍은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창밖을 바라보니,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람들이 하나둘 늘었다.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가을이 오면 112 신고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사람은 날씨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다.
한여름엔 폭염만큼이나 신고도 폭주하지만, 바람이 선선해지면 거짓말처럼 잠잠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완벽한 가을이 오기 전,
나는 문득 뜨거웠던 여름의 한 사건을 떠올렸다.
계부가 딸을 1년 동안 상습적으로 추행하고 강간한 사건.
직접 증거는 없었고, 남은 건 어린 피해아동의 진술뿐이었다.
중요사건인 만큼 신속히 정황 증거를 모았고,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의 두 차례 보완수사를 거쳐 공판이 열렸고, 며칠 전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징역 15년.
수사과에 들어와 처음으로 구속한 사건이었다.
서류 더미 속에서도 틈만 나면 법원 사이트에 들어가 공판 기록을 확인했다.
결과를 본 순간,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피의자는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했고,
피해자의 어머니는 오히려 아이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려려니 하며 감정을 다스렸다.
그러나 판결을 보고 나니 마음 한켠이 무너져 내렸다.
15년 후면, 계부는 쉰을 넘긴 나이가 된다.
그리고 아이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다.
범죄 혐의의 유무만 판단하면 되는 게 경찰의 일이지만,
나 또한 사람인지라 씁쓸함은 감출 수 없었다.
멍하니 사무실 옆 작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날의 일이 다시 떠올랐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
그 웃음 뒤로 흘러내리던 눈물.
겪지 않아도 될 아픔을 견뎌낸 아이가
이제는 부디,
행복만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