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림
황금 같은 주말이 다가왔지만, 마음은 잔잔하지 않았다.
오늘도 새벽 6시, 공복 유산소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크로스핏 한 시간에 이어 점심 전까지 웨이트와 7km 러닝을 마쳤다. 땀을 훌훌 털고 오후에 뭘 할까 고민하던 그때,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내가 내게 다가왔다.
“오빠, 오늘 날씨 핵 좋지 않음? 바다 보러 가고 싶은데, 부안 격포 해수욕장으로 바다도 보고 회도 먹으러 가자.”
부안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 왕복 3시간.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거리였지만, 최대한 쿨한 척 대답했다.
“안 그래도 나도 바다 보고 싶었는데, 잘됐네.”
부안에 도착한 우리는 바다 인근 카페에 들러 책을 읽으며 한 시간가량 여유를 즐겼다. 바람은 선선했고, 바다는 말없이 잔잔했다. 책장을 덮고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2인 모둠회를 주문하고, 우리는 회를 앞에 두고 자리 잡았다.
그런데 회를 먹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됐다. 손바닥만 한 작은 제비 한 마리가 수산시장 안으로 날아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술에 취해 그 존재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듯 보였지만, 내 눈엔 계속 들어왔다.
제비는 건물 안으로는 쉽게 들어왔지만, 나갈 길을 찾지 못한 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바깥은 불과 몇 미터 아래에 있었지만, 제비는 본능적으로 높은 곳으로만 날아올랐다. 출구는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30분 넘게 제비는 천장 근처를 맴돌며 점점 지쳐갔고, 결국 바닥에 내려앉아 움직임을 멈췄다.
가게 사장님이 능숙하게 다가가 제비를 손에 쥐었고, 문밖으로 조심스레 날려 보냈다.
나는 왜 그토록 제비에게 마음이 쓰였을까. 그 작은 날갯짓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나는 경찰 수사관으로서 스스로에게 자꾸만 물음을 던지고 있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이게 맞는 길일까?’
2년 동안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이 때로는 버겁게, 때로는 공허하게 느껴진다. 피의자 조사, 법률 해석, 보고서 작성 등 모든 것이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오히려 정체된 것처럼 느껴진다.
부푼 기대를 안고 경찰청이라는 상급기관에 발령받았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짓눌렀다.
제비는 계속해서 높은 곳만 바라보다가 결국 바닥에 지쳐 내려앉았고,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바깥으로 나갔다. 나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기준만을 좇으며 계속 날갯짓을 해온 건 아닐까. 조금만 시야를 낮추고, 고개를 돌렸다면 분명 다른 길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독일 속담 중에 “나무는 하늘 끝까지 자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성장에는 자연스러운 한계가 있고, 인간의 발전도 끝없는 상승만을 전제로 할 수는 없다.
대나무는 5년 동안 땅속에서 뿌리를 내린 후에야 단숨에 하늘로 뻗는다.
어쩌면 나는 지금,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 중일지도 모른다.
하늘을 향해 뻗기 전,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시간. 그렇게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