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10년 후, 우리는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by 온행


│달라진 생활, 여전한 가치관


약 10년 전인 2014년, 우리 부부는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각자 3천만원씩을 들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신혼집이었던 신림동의 투룸 빌라는 전세 1억5천만원짜리였다. 전세금 중 대출은 1억2천만원으로, 우리의 자산은 3천만원 뿐이었다. 내가 가진 3천만원으로는 결혼식, 혼수, 신혼여행 등을 진행하고 약 1천만원 정도의 현금을 남겼다. 그래서 그 당시 우리의 순 자산은 4천만원 정도였다.


그 후 10년 간 5번에 걸쳐 이사를 하며 부지런히 더 좋은 거주 환경을 찾아 옮겼다. 그리고 지금은 2024년 여름에 매입한 30평대 준신축 아파트에 입주하여 살고 있다. 결혼 당시 남편의 누나가 10년 타고 물려준 라비타(단종된 지 한참 되어 요즘 길거리에서 목격되지 않는다.)가 우리의 첫 차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국산 중형 SUV 1대, 외제 소형 승용차 1대를 타고 있다. 0원 이었던 금융 자산은 약 1억원 정도로 쌓였다. 이런 숫자를 적을 수 있는 것은 2025년 여름에 급격히 상승한 부동산과 주식 시장 호황 덕분이다.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 2024년 겨울 무렵에는 <결혼 10년, 자산 20배>라는 제목에 딱 맞는 숫자였던 자산이, 2025년 가을 기준으로 <결혼 11년, 자산 30배>가 되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평균’ 정도의 자산이라며 이 숫자를 폄하할지도 모른다. 나도 우리 가족이 아직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4천만원으로 시작한 살림을 이만큼 불린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고 싶었다. 말하자면 우리 부부의 재테크 인생의 중간평가이다. 그리고 우리만큼, 혹은 우리보다 더없이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었다.


이전과 비교하여 절약과 생활 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난 여전히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한다. 자기 전에 TV 셋탑 전원을 끄고, 사람 없는 방에 불을 끄는 습관도 여전하다. 비싼 가방이나 옷은 사지 않고, 오로지 관리하기 편한 물건들만 사고 있다. 외출 시에 술 마신 새벽 시간 아니고서야 택시는 절대 타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커피숍에 들르는 일은 절대 없이 음료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준비해서 마신다.


특히 아이들 물건에 있어서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아직 1년에 5cm씩 키가 크고 발 사이즈는 계절마다 한 치수씩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후줄근한 옷을 입고 마음껏 먼지 구덩이를 휘젓고 다니며 초코우유를 질질 흘릴 나이이기도 하다. 아이들 교육비가 늘어나는 것은 제어하기 힘들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원만 보내며 교육비를 조정하고 있다.


감사한 일은 우리가 아직 몸과 마음이 젊은 부부라는 것이다. 없이 시작했던 시절의 경험 덕분에 앞으로의 수십 년을 더 잘 해낼 자신이 있다. 언젠가 우리도 부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다시 한번 돈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더 큰 가치


이전에 비해 변화한 점은 (아직은 젊지만) 상대적으로 노화한 체력을 보강하는 지출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여름, 출퇴근 용이성을 위해 차를 2대 이용하는 (나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물리적인 나이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직장에서 경험이 쌓이는 만큼 지위와 책임, 업무량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신체적으로 고생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 필요를 느꼈다. 같은 맥락에서, 운동에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자고 나발이고 말짱 꽝이라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는 때이다.


앞으로는 집안의 물건을 더 줄이고 싶다. 때마다 한 번씩 물건을 다 꺼내서 뒤엎어 가며 대청소를 하지만, 버려도 버려도 물건들은 자가증식을 하는 듯하다. 심플하고 밝고 넓은 집에서 가만히 앉아 성장에 관한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우고 싶다. 그리고 집안 아무 데서나 아이들을 안고 굴러다니며 아이들의 상상 속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두 살 위인 남편은 은퇴 계획을 아득한 미래의 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사십 대 초반인 지금 성장을 위해 채워가는 일상이 모두 은퇴 준비라는 생각을 한다. 좋은 관계와 좋은 생각에 집중하여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시간을 되도록 많이 읽고 쓰는 일로 시간을 채우고 싶다.


아이들이 문제 풀이 기계로서의 자질을 키우도록 가르치는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에 염증을 느껴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도모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관한 연수와 워크샵에 참석하고, 책을 읽고 정보를 모으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사는 지역, 혹은 한국을 벗어난 넓은 범위에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방식으로 교육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속물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겠다. 내가 꿈꾸고 지향하는 이 모든 가치의 바탕에 우리의 자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신혼 시절만큼 좁고 지저분한 골목에 자리한 좁은 방에서 키우지 않는 것에 감사한다.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활동에 고민 없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우리 아이들만큼 부모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정서적으로 안정된 친구들이 많은 학교에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달 치 생활비가 아닌 20년 후의 은퇴자로서의 삶을 계획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저의 첫 브런치북 연재를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길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을 가지고 연재를 시작했는데
연재를 마친 지금은 저의 이야기가 정말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지난 10년 간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는 재미가 있었고,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키운 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연재 중인 <마흔, 은퇴 준비 1년차>도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신의 온전한 행복을 기원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onhaeng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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