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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풀밭이라는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시인의 말


고백이란 말을 지워야지

흔한 인스턴트쯤으로 여겨야지

저렴한 육즙 밴 말로 치부하며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동네에

감춰야지

지번도 없고 문패도 없는

마당에 숨긴 채

고백 없는 사내가 되어야지

텅 빈 전자레인지나 돌리며

당신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해야지



단한 

김성철


옷 입고 나가려다


갈 곳이 없다는 걸 알았다


갈 곳이 없고 만날 사람이 없고


누군가에게 물을 


안부가 없다



풀밭이라는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김성철


짧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에게서 짧고

시간에 짧고

세금계산서에 짧다


풀밭이란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


나는 흔한 풀이고

흔한 풀이 받는 달빛이고


달빛이 세리가 되어

허락되지 않는 세금을

징수하는 일


나는 현세의 세입자


어느 날

당신의 말마다

독한 소주 향이 났다


당신도 나를 따라

세속적이라는 말


쌓이는 세속이 나도 

모르게 쌓이고 쌓인



대설주의보가 내린 밤

김성철


당신은 당신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당신을 잊을 수 있을까


당신 굽은 등이


전기장판 속에서


느리게 펴지고 있었다



가라앉지 마, 엄마



두 번째 시집 <풀밭이라는 말에서 달 내음이 난다>를 냈습니다.

많은 고민이 담겼고 고민에 더해 새로운 시도도 해봤습니다.

산문 같은 시편을 시리즈로 담아보기도 했고

여전히 당신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구입처

http://aladin.kr/p/V4d2Y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662050

https://link.coupang.com/a/baIw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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