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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우리는 왜 이토록 영어에 시달려야 할까?

by 구르미


얼마 전 초3 아이의 어학원을 옮기기 위해 어학원에 방문했다. 아이가 레벨 테스트를 보는 동안 부모님들은 별도 교실에서 강사분의 설명을 듣는다. 처음은 가벼웠지만 뒤로 갈수록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저희 학원은 보통 6-7살 때부터 시작하고, 빠르면 12살이면 미국 교육과정 6학년을 마스터할 수 있어요. 그리고 보통 그때쯤 되면 상위 어학원으로 가시거나 유학을 가시는 경우가 많으세요. 특히 이 동네는 다들 교육에 관심이 많으셔서 국제학교와 병행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면담을 마치고 잔뜩 긴장한 채로 시험을 마치고 오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참 다른 세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왠지 뒤처진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엄습했다. 개인적으로 네이티브는 아니었지만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한국말을 잘하는 동남아 노동자 느낌이긴 하지만, 현재 회사의 외국인 임직원이나 관리자와 얘기하는데 큰 불편이 없었고,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고객사와 미팅도 완벽은 아니지만 내가 의도한 바를 전달하고 서로 논의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 아들도 공교육을 받고 자주 접하다 보면 나처럼 영어를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 와이프나 주변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지금 시점에 무언가를 안 하면 크게 뒤처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난 죄로 평생 영어라는 큰 짐을 갖고 살고 있다.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 비영어권 타 국가들을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영어 집착은 더 유별난 듯 하다.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10년간 약 1만 5천 548시간을 영어에 투자하고, 대학생들은 전공과목 공부의 두 배에 달하는 시간을 영어 공부에 투자한다. (출처 : 한국인 학습자의 영어 학습에 대한 태도 연구, 서은효(2007, 아주대))

위에서 말한 어린이 조기 영어교육 외에도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 영어는 우리 숨을 조여 온다. 졸업 혹은 취업을 위해 토익/토플 같은 시험 점수가 필요하고, 요즘은 말하기 시험 점수도 필요하다. 그런 수요를 파악해서인지 어른들을 위한 영어 교육 광고도 최근 대세인 AI와 엮여서 쉼 없이 내 알고리즘 사이를 파고든다.


이쯤 되면 영어는 우리나라 사람들 머릿속에서 뗄 수 없는 지박령이 아닐까 싶다. 이런 지극한 관심은 그만큼 영어가 모두들에게 큰 부담이고, 완벽히 넘어서기 힘든 숙제이기 때문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영어라는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 왔고, 어떻게 부담을 극복해 왔는지, 어떻게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게 됐는지, 나의 영어 해방 일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프롤로그/에필로그 제외 총 12회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인데, 연재이다 보니 중간에 내용이 변경되거나 회차가 늘거나 줄 수도 있다. 내가 엄청난 강사도 아니고, 동시통역급 영어 실력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지만, 내가 했던 방법이 여러분의 영어 자신감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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