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외우기보다는 반복하기

(영어를) 외우기보다는 (상황을) 반복하기

by 구르미 Feb 10. 2025
예전엔 이렇게 멋있는 책이 아녔는데..예전엔 이렇게 멋있는 책이 아녔는데..


무턱대고 외우지 말자.


Take something to heart

~을 마음에 새기다.


중고등학생 때는 부단히 영어 단어와 숙어를 외웠었다. 시험 문제는 아주 1차원 적으로 숙어가 적혀 있으면 거기에 한글로 뜻을 써야 했다. 위 숙어의 경우에 만약 답을 '~을 명심하다.'라고 쓴다면? K-시험에서는 틀릴 수 있다. 꼭 마음에 새겨야 한다. 반대로 '~을 마음에 새기다.'라는 질문이 나오고 영어로 답을 써야 할 때에도 꼭, 'Take something to heart'로 써줘야 한다. 'take'이나 'to'에 빈칸을 만들고 객관식으로 맞는 단어를 고르는 문제도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근데 이 표현을 외운다고 영어가 늘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 표현을 써야 할 때 과연 머릿속에 저게 떠오를까? 과연?


상황을 만들어 보자.

아들 : 아빠, 미안해. 내가 놀다가 아빠 드럼 스틱 부러트렸어.

아빠 : 뭐? 다치진 않았어? 아빠가 장난감이 아닌 것은 갖고 놀지 말라고 했잖니. 제발 아빠 말을 명심해 줘(마음에 새겨줘).


흔한 대화다. 만약 이 상황을 영어로 한다면, 마지막 밑줄 친 문장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어 숙어를 쓴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Please, take dad's word to heart.

근데 입에 잘 안 붙는다. 그냥 난 이렇게 말할 것 같다.

Please, keep in mind dad's word.


왜 표현을 외우지 말고 상황을 외워야 하는지 조금 감이 왔는가? 입에 붙지 않는 영어 표현을 백날 외워봤자, 필요할 때 떠오르지 않으면 무쓸모이다. 상황을 생각해 보고 그 상황에 제일 자신 있는 표현을 생각해 본 후 그것을 반복해 보자. 즉, 나만의 스크립트를 만드는 것이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영어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면, 영어 회화책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하기 상황을 달달 외웠다고 할 때 실제 레스토랑에 가면 외웠던 말이 나올까? 아마 두어 문장 이후에는 외웠던 것이 꼬일 것이고 결국 바디랭귀지와 듣도 보도 못한 문법의 영어가 난무할 것이다. 사실 이렇게라도 하면 영어는 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부담감이 트라우마가 되어 아예 입도 못 떼는 경우 이다. 왜냐면 내가 그랬으니까. 내가 천재가 아닌 이상, 주어진 상황이 드라마 촬영장이 아닌 이상 모든 문장을 다 외워서 말하진 못한다.


필자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외국인과 영어로 화상 회의를 해야 하는데, 처음이라 너무 긴장이 됐다. 그래서 PPT를 띄우고 설명해야 하는데 모든 PPT에 영어로 스크립트를 썼다. 혹시나 틀릴까 봐 그 스크립트는 한글로 쓴 후 영어를 잘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고급진 표현으로 번역했다. 그런데 그 암기는 딱 첫 페이지 설명 이후 무용지물이 되었다. 왜냐면, 첫 페이지부터 외국인의 질문이 있었고 그 질문은 계속 이어져서 그 뒷 장은 아예 펼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내 대답은 허둥댔고, 해외대 후배의 도움으로 간신히 너덜너덜 회의를 끝냈던 기억이 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있을 법한 상황을 그려보고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보고 그때 어떻게 영어로 말하면 좋을지 고민해 본다. 단, 내가 제일 잘 아는 단어와 표현으로.. 그 후에 문법을 체크해 본다면 그 문장은 내 문장이 된다. 그리고 거기에 애드리브로 하나씩 Hip 함을 추가해 본다. 그렇게 머릿속에 준비된 상황이 하나 둘 늘어가면, 대응 가능한 상황이 늘어간다. 결국 대화라는 건 완전히 새로운 상황은 드무니까..


일단 익숙한 표현으로 생각나는 대로 써보기


위에서 언급했던 '레스토랑' 상황을 그려보자.


난 식당에 가서 창가 자리를 달라고 하고 싶고, 고기는 조금 덜 짰으면 좋겠고, 핫소스가 있다면 꼭 달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디저트는 웨이터가 추천하는 것으로 먹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문법 상관하지 말고 한번 써보자. 만약 이런 상황에 내가 처했다면? 뭐라고 말할까?


Hello, can I sit beside the window? I hope to see the beautiful scenary during my lunch.

Can I order? I'd like to order the steak but please make it less salty and give me the hot sauce if possible. For the desert, can you recommend any dessert for me?


진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봤다. 문법이 틀릴 수도 있고 표현이 이상할 수도 있다. 이제 이 표현을 기본으로 정제된 표현을 만들어 보자. 저 문장을 긁어서 Chat GPT에게 물어본다.


'Please check my grammar as following, ~~~'


GPT는 이렇게 답해줬다.

(예전에는 없던 수정사항에 대한 설명도 추가됐네. 딥시크가 나오더니.. 역시나 경쟁이 좋다.)



here’s a corrected version of your text with proper grammar and word choice:

"Hello, can I sit beside the window? I hope to see the beautiful scenery during my lunch.

Can I order? I'd like to order the steak, but please make it less salty and provide hot sauce if possible. For dessert, can you recommend one for me?"


Key Corrections:


"desert" → "dessert" → "Desert" is a dry land, while "dessert" refers to a sweet dish.

"any desert" → "one" → "Recommend one" sounds more natural.

Let me know if you need further refinements!



중간에 dessert를 desert로 오타가 있었는데 desert는 사막이라고 dessert라고 수정해 줬고, give me는 너무 직관적이었는지 provide로 바꿔줬고, 반복되는 표현에서 one이라는 대명사를 쓰라고 고쳐줬다.


근데 너무 표현이 딱딱해서, 조금 장난을 쳐보고 싶어졌다. '~ make it less salty' 뒤에 'since I'm a oooo'라고 짠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붙여보고 싶어서, GPT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영어로 뭐라고 하면 좋을까? 위 문장에서 less salty since i'm ~~~ 로 말하고 싶어.' 이랬더니 아래처럼 답해줬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Less salty since I'm not a fan of salty food." 또는 "Less salty since I don't like salty food."



'~make it less salty since I'm not a fan of salty food.'

난 첫 번째 표현을 선택했다.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배웠던 'I'm a big fan of yours'가 생각났기에.

출처 : https://www.news2day.co.kr/20619출처 : https://www.news2day.co.kr/20619

전체적으로 표현이 조금 번역기스러웠는데 표현 하나 추가하니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이 정도면 비영어권 논네이티브 입장에서 의미를 전달하기 충분하고, 실제 상황에서도 내가 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상황을 더 생각해 보자. 조금 더 심화된 상황으로 주치의에게 진료 예약을 한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이가 아파서 예약을 해야 하는데, 낮에는 일을 해야 하니 오후로 부탁한다고 하고 싶다.


* TMI) 미국은 주치의(PCP, Primary Care Physician) 제도가 있는데, 일반적인 건강 문제를 진료하고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할 경우 의뢰서를 작성해 준다. 그래서 주치의는 항상 바쁘고, 미국스럽게 안 하는 날도 많고, 그렇기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진료를 볼 수 없고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아주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비싼 건강보험을 들었다면 예약 없이도 가능하긴 하다.


기억나는 표현을 정리해서 아래와 같이 적어봤다.

"Hello, can I make an appointment for my baby? He has been sick from yesterday due to stomachache. I prefer the late afternoon time since I have to care my work on daytime."


그래도 학창 시절에 예약하는 걸 열심히 외웠는지 make an appointment가 생각나서 써봤고, 어제부터 지금까지 아픈 거니 현재완료로 시제를 잡았다. 얼마나 틀렸을까? GPT에게 물어봤다.


"Hello, can I make an appointment for my baby? He has been sick since yesterday due to a stomach issue. I prefer a late afternoon time since I have to take care of my work during the daytime."


이번엔 많이 틀리긴 했는데, 다시 복기해 보니 '아, 그랬구나.' 하며 뭔갈 배운 느낌이다. 기억하려고 노력하면 좋겠지만, 기억하지 못하고 나중에 또 틀려도 된다. 왜냐면 우린 여러 상황을 반복할 것이고, 신기하게도 그 상황은 겹치는 경우가 많으니까. 예를 들면, 식당을 예약한다면? 위 문구에서 조금만 바뀌면 식당 예약이 될 것이다.


꼭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만약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단어를 말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면, 집주인에게 임대 계약을 연장하자고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임대차 계약은 'Lease agreement' 다. 아마 영어를 보고 뜻을 유추할 수는 있겠지만 (미드에서 많이 보던 단독주택 앞에 'For lease') 이해했겠지만, 막상 필요할 때 단어를 딱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일단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contract로 대략 내용을 써봤다.

"Hi, Sally. I've checked our house contract to be ended soon, how can I extend my contract? I hope to live here more due to your warm heart."


과연 얼마나 틀렸을까? GPT는 이렇게 수정해 줬다. 고친 문장을 보니 틀린 수준이 좀 창피한데, 이렇게 배우는 게 아닐까 싶다. 뜨끔하며 더 유심히 내용을 반복해 본다.

"Hi, Sally. I've noticed that our house contract is ending soon. How can I extend it? I hope to continue living here because of your warm heart."


날 특정 상황에 던져놓는 게 상황별 영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TV나 OTT에서 나오는 상황이나 여러 상상 속 상황에서 난 영어로 뭐라고 말할지 생각해 보자. 은근히 새로운 재미이고 흥미 있는 공부 방법이다. 


굳이 나에게 맞지 않는, 생소한 표현을 외우려고 노력하지 말자. 상황을 그려보고 내가 쉽게 말할 수 있는 표현을 써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나만의 스크립트를 만들자. 여러 상황을 상상하고 적다 보면 그 상황에 닥쳤을 때 나도 모르게 준비한 게 튀어나올 것이다. 기억해 보자. 상황에 따른 표현을 적을 때 처음 표현은 여러분이 적었다. 그 수준은 준비하지 않아도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12년 넘게 영어를 배워왔으니.


(굳이 나에게 맞지 않는 표현을) 외우지 말고

(내가 아는 표현으로 여러 상황을) 반복하자.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 영어는 영어로 생각하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