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보단 도움 되는 오픽 공부하기
대학생 때 전공 공부한 시간만큼이나 도서관에서 많이 공부했고, 학원까지 다녔던 게 토익이었다. 매달 시험을 보고, 적어도 하루 2시간씩은 공부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왜 그걸 배웠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굳이 빈칸에 어떤 단어나 전치사나 시제가 들어가야 하는지 내가 꼭 알아야 하나? 대화나 글에서 그게 틀리면 엄청 큰일 날까? 어차피 난 네이티브도 아닌데.
이런 통념이 가득 차 있었기에 이직 후 오픽(OPIc)을 봐야 한다는 말에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아, 또 쓸모없는 것 하느라고 고생해야겠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나름 말하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론 회사에 방문해서 수업을 해주셨던 그 강사분이 잘해주신 것도 있었겠지만 나름 재밌게 배웠었고, 다행히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에 목표 점수를 얻고 오픽을 졸업할 수 있었다.
오픽을 준비하면서 오픽뿐만 아니라 영어 말하기에 진짜 도움이 되었던 항목 들을 몇 가지 나열해보고자 한다. 굳이 오픽이 아니라도 이런 부분은 한번 생각해 보고 공부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바로 앞 에피소드에서는 내가 아는 표현으로 생각나는 대로 상황에 따른 스크립트를 만들어 보라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오픽에서는 그렇게 할 경우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외국인에게 친숙한 표현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책 읽기와 하이킹 중 어떤 게 더 좋아?'라는 질문에 답을 한다고 가정하자.
난 책 읽기와 하이킹을 좋아해. 여름에는 실내에서 책 읽는 게 좋고 겨울에는 시원하게 찬바람 맞으며 하이킹하는 게 좋아.
난 책 읽기와 하이킹을 좋아해. 내가 자주 도서관에서 있어서 책 읽기만 좋아한다고 보이지만, 가끔 나가고 싶을 때도 있어.
둘 다 책 읽기와 하이킹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럴 때 단순히 직역하면, I enjoy both reading and hiking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첫 문장은 책 읽기와 하이킹을 '동등'하게 좋아하고, 아래 문장은 책 읽기와 하이킹은 약간 상반된 의미이다. 그래서 영어적으로 표현한다면, 첫 문장은 I enjoy both reading and hiking이라고 하는 게 좋고, 두 번째 문장은 I like not only reading but also hiking이라고 하는 게 좋다.
단순히 친숙한 both 만 쓸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자주 쓰는 not only A but also B도 쓰려고 노력해 보고, 대신 그에 맞는 시점에 말해주는 게 좋다.
비슷하게, 미국인들이 자주 쓰지만 한국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은 아래에 적어봤다.
(일부 GPT 참조)
Not only A but (also) B → He is not only smart but also kind.
(한국인은 “그는 똑똑할 뿐만 아니라 친절하다”라고 번역하지만, 말할 때는 “그는 똑똑하고 친절하기도 해”처럼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음.)
So do I / Neither do I → “I love coffee.” “So do I.”
(한국인은 “나도 그래.”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동사를 맞춰서 대답하는 게 자연스러움.)
It takes (시간) to ~ → It takes 30 minutes to get there.
(한국인은 “거기까지 30분 걸려.”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It takes~’ 구조를 선호함.)
Let alone → I can’t run a mile, let alone a marathon.
(한국인은 “마라톤은커녕 1마일도 못 뛰어.”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let alone’이 자주 쓰임.)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는 문어체 위주로 배우기 때문에 말이 조금 지루해질 때가 많다. 그럴 때 미국인들이 많이 쓰는 구어체를 외워서 써보는 것도 좋다. 우리도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일도 어렵지 않던걸?'이런 말을 자주 쓰는데 그럴 때 'It's not a big deal' 이런 표현을 쓰면 애매한 상황에서 다음 문장을 생각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 내가 애드리브로 자주 넣어봤던 표현은 아래 정도가 있다.
아마 오픽책에서 더 자세히 나올 것이니 참고용으로 보면 좋겠다.
You bet → “당연하지.”
No big deal → “별거 아니야.”
Give it a shot → “한번 시도해 봐.”
I'm down (for that) → “나도 좋아.”
I have no clue → “전혀 모르겠어.”
It’s up to you → “너한테 달렸어.”
For what it’s worth → “내 생각엔~”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할 때)
만약 산과 바다 여행 중에 무엇을 더 좋아해?라고 물어본다면, 아주 단순하게 '응, 난 산을 좋아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럼 대답이 너무 짧아진다. 일단 말을 좀 늘려야 할 때 접속구를 사용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When it comes to traveling, I enjoy both, but in summer, I prefer the sea because it’s refreshing. In winter, I love the mountains, especially when they’re covered in snow.
아주 간단한 접속구이지만 일단 말을 좀 더 늘리기도 했고, 조금 덜 밋밋한 답이 되었다. 실제로 나도 When it comes to를 일부러 쓰려고 노력했다. 단 한 대답에 여러 번 쓰면 곤란하다.
시작 말고 문장 뒤에도 붙였던 게 있는데, 바로 though이다.
의미상으로 보면 그런데 인데, 이걸 왜 뒤에 붙일까?
우리도 말하다 보면 끝을 흐릴 때가 있다.
"뭐 마실래? 커피?"
"응 커피도 좋아, 근데.."
굳이 뒤에 더 말 안 하고 혼잣말로 하고 끝낼 때 있다. 이럴 때 영어에서는 though를 쓴다. 굳이 뒤에 말을 더 안 붙여도 된다. 그래서 나도 오픽 공부하며 쓰다가 이젠 습관이 돼서 외국인들하고 말할 때 okay, though.. 정도로 적당히 흐려서 대답한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그런 느낌? 물론 자주 쓰면, 그래서 니 의견이 뭔데!!라고 화를 돋굴 수도 있다.
It's way too expensive, though. (너무 비싸, 그렇긴 한데…)
I don’t really like coffee. I drink it sometimes, though. (커피 별로 안 좋아해. 그래도 가끔 마시긴 해.)
비슷한 예로 아래 조각들을 외웠었다.
Speaking of ~ ( ~에 대해 말하자면)
→ Speaking of summer, I love going to the beach when it's hot.
As for ~ (~에 관해서라면)
→ As for the weekend, I haven't made any plans yet.
When it comes to ~ (~에 관해서라면)
→ When it comes to coffee, I prefer it black.
Speaking of which, ~ (그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 I just watched a great movie. Speaking of which, have you seen any good films lately?
That being said, ~ (그렇긴 하지만)
→ I love winter. That being said, I wouldn’t mind a beach vacation right now.
I am not bragging but, ~ (내가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 I am not bragging, but I have traveled to over 20 countries.
결국 오픽은 기세다. 얼마나 과장된 연기를 잘하냐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채점자가 어떤 기준을 갖고 있던, 일단 내가 주눅 들지 않으면 말이 더 잘 나오는 듯한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강조하는 표현도 별도로 외웠었다.
가장 많이 썼던 표현이 'way too'였다. 그냥 'It's too expensive.' 보다 'It's way too expensive.'라고 말하며 더 강조하고 싶다면, way와 too에 더 엑센트를 주고 길게 말하고, PEN을 더 세게 말해줘도 좋다. 예를 들면 이렇게? It's waaaay toooo ex-PEN-sive!!
다시 말하지만, 오픽은 오디션이고 연기이다.
비슷한 목적으로 아래 표현들을 외워뒀었다.
By far (강조 역할)
→ He is by far the best player.
At all (영어에서는 부정문에서 ‘at all’을 자주 붙임.)
→ I don’t like it at all.
Far from (전혀 ~가 아니다)
→ It’s far from cheap.
All the more ~ (그래서 더더욱 ~하다)
→ That makes me want to do it all the more.
한국 사람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게 시제가 아닐까 한다. 특히 현재완료가 그렇다.
예를 들어 편지가 왔다는 표현을 쓴다면,
한국식으로는 You got mail 이 될 것이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You've got mail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현재 완료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연결된다라고 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상황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일단 우리가 잘 쓰지 않는 표현이긴 하니까. 하지만 경험상 영미권에서는 현재 완료를 '현재'를 강조할 때 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연결되지만, '현재'를 강조하고 싶을 때.
위에서 말했던 You've got mail은 매일이 '지금'왔다는 표현으로 봐야 하고, 의미상은 You have mail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명확하다.
현재 완료를 쓰는 또 한 가지 경우가 경험을 말할 때다.
난 김밥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어라고 하면,
단순히 직역하면 I never tried Gimbap before. 가 되겠지만,
영미권에서는 I've never tried Gimbap before.라고 한다. 경험도 결국 현재까지 이어지니까.
몇 가지 예를 들면,
She has visited Paris three times.
They've seen that movie already.
I've ridden a horse once in my life.
그래서 조금 과할 수는 있겠지만 명백히 '과거'에 일어난 일이 아니면 현재완료를 써보는 걸 추천한다.
예를 들면, '나 어제 영화를 봤어'와 같이 '어제'처럼 시점을 명확히 말하고 시간이 끊긴 상태면 과거
'나 요즘 그 넷플릭스 봐'와 같이 과거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것은 현재 완료로 쓰면 된다.
생각해 보면 대화상 언급되는 대부분의 일들이 '현재'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이어지는 것들이 많으니 적극적으로 써보자.
정리하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영향을 주는지?" → 현재완료!
"그냥 과거의 특정 시점을 말하는지?" → 단순 과거!
"경험을 말할 때?" → 현재완료!
위에서 언급했던 사항들을 고려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준비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반복뿐이다. 어느 상황에나 쓸 수 있는 만능 어구를 만들고 그것을 외우고 조합하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여러 번 말하지만 여러분은 원어민이 아니다. 결국 훈련만이 살길이다.
한창 오픽을 할 때 한 달 정도는 스크립트에 매달렸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상황을 반복했다. 다만 동일한 상황을 외우는 것은 큰 효과가 없기에 난 이런 방식을 썼다.
"뽑기" + "녹음" + "복기"
메모 어플에 질문들을 쭉 나열한다. 그리고 보지 않고 손으로 위아래 스크롤 하다가 선택한 질문에 답한다. 단, 답할 때에는 바로 음성 녹음을 한다. 그렇게 4개 정도 반복하고 녹음한 내용을 복기한다. 보통은 산책을 겸해서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 걸으며 답하고 녹음하고, 집에 와서 확인했다.
물론 내가 말한 것을 듣는 것은 참 어렵다. 하지만 복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냥 현행을 유지하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에 꼭 복기를 통해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오픽에서는 특히 반복적인 문법 실수가 큰 감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복되는 실수는 별도로 메모하고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은 예전보다 기술이 발전해서, 갤럭시의 경우 음성으로 녹음하고 텍스트로 변환한 다음 그 텍스트를 GPT에 문법 검증을 할 수도 있을 듯 하니 그런 것을 활용해도 좋겠으나, 그것도 일이라, 일단 한 번이라도 들어봐라. 여러분이 뭐라고 말했고, 중간에 뭐가 잘 안 들리고, 어떨 때 말을 절었는지.
참고를 위해 내가 예전에 썼던 질문 리스트를 공유한다. (2018년 버전이라 참고용으로만)
OPIc question
tell about yourself
describe your house
daily routine
your favorite room
compare with your previous house and current house
difficult one for lent your house
home improvement
favorite movie genre
favorite movie theater
memorable movie
device for watching movie
compare the past and present movie
favorite play or theater hall
the reason you liked the concert
concert experience
the action before and after watching concert
describe your favorite park
what are you doing in the park?
the event were in the park
describe your favorite beach
what are you doing in the beach?
the event were in the beach
describe your favorite bar/cafe
what are you doing at the bar/cafe?
experience on bar/cafe
your favorite shopping place
shopping experience
what are you doing during shopping
any difficulties on shopping
favorite music / singer
experience on listening music (콘서트 경험과 유사)
the device for listening music
what are you doing during jogging / taking a walk
the reason you like jogging
any device you bring during jogging
any experience during jogging or walking
vacation on your house
event during home vacation
describe the vacation who live in abroad
준비 과정을 보면 실제 말하기에 도움이 되는 과정들이 참 많다. 특히 말할 주제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나중에 말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말하기 레퍼토리가 될 수 있다. 외국인들이 자주 쓰는 표현을 외워두는 것도 정말 좋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점수를 따는 게 부담이고 지루하고 어렵긴 하지만, 내 말하기 실력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해 볼 수밖에. 부디 하찮은 글이지만 여러분의 오픽 준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