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싱글대디
청주동물원에 갔다. 병원에서 주치의가 회진을 돌듯, 동물원에 마련된 동물들을 모두 보는 일정을 소화하였다.
12시 40분. 동물원의 마트에 딸린 간이식당에 끼니를 때우러 갔다. 비닐덮개로 된 3평 남짓의 공간에 세 테이블이 있었다. 마침 한자리가 비어있었고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하였다. 옆테이블에 있던 내 또래의 남자가 어서 오라는 듯 우리 테이블 의자에 놓인 자신의 가방을 서둘러 가져갔다. 의자 옆의 작은 난로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나는 두 테이블과 등을 돌리고 앉았다. 서윤엄마와 서윤이가 먹을 것을 고르러 간 후, 두 테이블을 살폈다. 살폈다고는 했지만 그거슨 예쁜 여자가 맞은편에서 다가올 때 0.5초 만에 미모를 품평하는 것과 같았다.
한 가구는 엄마랑 딸 둘이었다.
또 한 가구는 아빠 엄마와 아들 둘이었다.
"삼촌 누가 빨리 먹나 내기하자."
엄마가 눈을 치뜨는 것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뭔 내기? 내가 이기면 너 여기 두고 간다."
'삼촌'이라는 단어에 나의 직관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나 INFP인데? 대화를 따라가다 보니 아들 하나씩을 키우는 싱글맘 싱글대디였다.
서윤엄마와 서윤이가 핫도그랑 떡볶이를 가져왔다.
"우리도 아빠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를 향한 부러움이 한기를 타고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너 그만 먹어. 그런 말 하지 말랬지!"
독박육아인 줄 알았는데 싱글맘이었다.
"엄마 저녁도 먹고 갈 거야?"
이번에도 먼저 포문을 연 건 '아이'였다.
나는 서윤엄마의 바람직한 답변을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저녁은 못 먹어. 밑에 어린이회관 가서 놀다가 기차 타고 엄마는 충주에서 내리고 서윤이랑 아빠는 제천 갈 거야."
다른 두 테이블의 대화가 부러움을 거두어 달아나고 의자 끄는 소리와 밀가루 씹히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의자를 고쳐 앉고 다시 등을 돌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세 평 남짓 공간이 조금 데펴져 있었다. 저 멀리 일본원숭이와 눈이 마주친 듯했다.
동물원의 정상이 아닌 보통의 사피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