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작하고 김매는 농부의 마음으로
뭐든지 꼼꼼히 하는
말하기 전에 미리 하는
시간에 늦지 않고 준비물을 잘 챙기는
한 번 말하면 바로 하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잔소리할 필요가 없는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혹 이런 사람이 있을지라도
직장에서라든지 전공에서라든지
이런식의 기질이 필요한 영역에서 집중하다가
퇴근해서나 휴식을 취할 때는
마냥 풀어지기 십상이다
그것도 어른인 경우에
그러나 우리집에는 그런 어른과 아이가 있다
아빠의 그런 기질을 받아 태어나서인지
엄마로서 그저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그러나 그런 아이일지라도
아이이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일에는 실수가 있고
부족함이 있는 것이 당연할진대
나는 타고난 아이의 기질을 강화하고자 그랬는지
아니면 완벽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에서 그랬는지
그런 실수들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밖에서도 집에서도
마음놓고 쉴 곳 없는 아이의 긴장된 마음에
나도 모르는 사이
아니면 의도적으로
'두려움'이라는 씨앗을 심었던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엄마로서 이렇게 잔인할 수 있었는가 싶지만
진심으로 고백할진대
정말로 무지했다
이런 아이도 있구나 하는
자랑스러움과 대견함으로 가득차서
아이의 진짜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가 더 정확할 것이다
잘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공감하고 알아주어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들은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 아이들이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 이야기로 흘려 들었다
강박에 가까운 완벽주의 성향의 자녀와
예민하고 짜증스러운 엄마가 만나면
자녀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불편함을 표현하는 순간
화를 내며 몰아붙이는 엄마를 보게되므로
아이는 입을 닫고 자신을 엄마에게 맞추게 된다
묵묵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온힘을 다하여
엄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할까 두려워
어리석게도 바보같아보이는 방법을 택한 것은
다름아닌
내가 뿌린 두려움의 씨앗이었고
그것은 엄마의 가시돋힌 말과 냉정함의 영양분을 먹고
뿌리가 내려 꽤 단단하게 가지를 내며 자라나고 있었다
이제와서 왜그랬냐고
힘이들면 엄마한테 말하지 그랬냐고 해봐야
근원적인 사랑에 갈급하여 두려움의 겁을 먹은 아이는
아무말도 못하고 다시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마더와이즈,지혜>세 번째 시간에
'자신의 한계 안에서 균형잡기'라는 챕터가 있었다
[마더와이즈 지혜 p107]
어느 관계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건강하게 경계를 세워야 한다. 균형을 잡고 자신의 한계를 제한하지 않으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제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면의 결핍과 인정욕구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그 대상이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채우려 덤벼든다
무지불식간에 자식에게라도 여지없이
그렇기때문에 엄마 스스로 경계를 세워야 한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라고 포장하고선 경계선을 슬쩍 넘어버린다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물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채로 무방비하게
아이의 성향을 알고
조금더 편안한 삶을 살도록 배려한 적이 있었는지
두려움이라는 씨앗을 심기 전에
네 마음을 옥죄는 불안을 이해하려고 한 적이 있었는지
사랑받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엄마의 칭찬, 엄마의 따뜻한 말, 엄마의 품에 고파
불평없이 묵묵히 자기 몸보다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절벽을 힘겹게 오르진 않았을지
나의 무지함에 몸서리 쳐지고
버겁고 아픈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조용히 눈물이 흐른다
자식을 키우는 것이
나의 성적표가 아닐진대
어리석게도 나는 고개를 쳐들고
또각또각 걷고 있었다
아이의 등에 빨대를 꽂은 줄 모르고
나의 한계를 본다
이 세상에 잘못 태어난 아가가 없듯이
스스로 잘못 자란 아이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지 잘못 키워졌을 뿐
부모의 부족함과 결핍으로 잘못 양육된 것일 뿐
내 안에 사랑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 분의 힘을 빌려
완전한 사랑의 힘을 빌려
너의 마음밭에
두려움의 나무를 뿌리 뽑는다
원래 창조된 너의 모습 그대로
나와는 다른
특별하고 독특하고 때로 유별난
그러나 너 자체로 빛나는 그 모습 그대로
부모가 심은 씨앗이 아닌
너 스스로 가치를 알고 심을 씨앗을 위하여
밭을 경작하고 김을 매 본다
잘못해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혼나도 괜찮고
지각해도 괜찮아
입에 익지 않은 말을 연습해본다
너의 마음밭에 '평안'의 씨앗이 심겨지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