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 그리고 로버트 저메키스. 30년 만에 그들은 이곳(here), <히어(Here)>(2025)에서 다시 만났다. 젊음이라 부를만했던 <포레스트 검프>(1994)의 두 주연 배우(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는 이제 젊음의 부모 세대에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자신의 영화 <빽 투 더 퓨쳐>(1987)처럼 스크린 속 두 사람의 시간을 마법처럼 되돌린다. AI 기반 디에이징(De-aging) 기술로, 그들의 시간은 그들이 처음 만났던 30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어>의 시간들은 겹쳐지고 덧대진다. 구도와 위치를 고정해 놓은 카메라는 리처드(톰 행스크)와 마가렛(로빈 라이트)의 시간뿐 아니라, 같은 공간의 과거와 미래를 부드럽게 오간다. 터무니없이 거슬러 올라간 과거는 이 집이 지어지기 전의 훨씬 더 과거, 초기 인류와 자연의 모습까지 비춘다.
하지만 디에이징 기술, 고정된 카메라라는 새로운 시도와 대조되게 <히어>가 하는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히어>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를 메인으로 하고 있다.
고루한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덧대지는 이미지들은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광고 영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름답지만, 진부하고, 클래식하지만, 작위적이다.
고루함과 가공된 이미지, 이런 것들에 진정성을 담을 수 있을까. 영화는 가공된 이야기일 수밖에 없지만, AI를 사용한 영화는 유독 우리가 보는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고 우리를 놀리는 것만 같다. 불편한 이물감을 느끼며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우리는 금세 <히어>의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게 된다. 그곳에서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건, 나이가 든 리처드와 마가렛의 모습이다.
관객의 머릿속에는 아직 두 사람의 젊음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리처드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앳된 마가렛의 얼굴, 다소 어정쩡하지만 축복 속에서 이루어지던 두 사람의 결혼식, 행복한 공기가 흐르던 크리스마스의 풍경 같은 것들이 말이다. 러닝 타임이 얼마 흐른 것 같지도 않은데, 우리 앞에는 노인이 된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 생생한 주마등의 경험은 가슴 한켠을 시큰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히어>는 공간이 목격한 인생의 기록이자, 노인이 된 감독이 들려주는 현실적인 베드타임 스토리이며, AI 덕분에 가능하게 된 새로운 영화적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