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 투잡 뛰는 미군
군인이자 샐러리맨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바로 '모병제'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징병제' 대표 국가이자, 국민의 4대 의무로 아예 못 박아놨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는 이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는지가 철저히 검증되고 그 자녀에게까지 묻게 된다. 과거 대통령후보 아들도 이 병역스캔들이 한창 이슈가 되기도 했다.
미군은 당연히 모병제 국가이기 때문에 모두 자원하여 입대한 군인이자, 샐러리맨이다.
보통 입대할 때 2년에서 6년까지 복무기간을 선택하여 입대를 하지만 연장 가능하고 또 주로 파병을 가기 때문에 주둔지는 1년 지나면 또 다른 주둔지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우리 포대 필리핀계 병장은 자기는 1년마다 해외여행 가는 기분으로 옮겨 다니는 기분으로 한다고 하는데 그때는 그 말이 그렇게 부러웠다.
돈도 벌고 가보고 싶은 해외도 가고 다행히 미군 주둔지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고 이중 영국, 독일, 이태리, 일본, 한국 등 유럽과 아시아에 골고루 퍼져 있어 정말 세계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1~2년씩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게다가 휴가도 많고 연차도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병훈련소부터 따라오는 것이고 제대할 때까지 계속 따라붙는 것이다. 나는 행정병 출신이라 미군의 각종 인사제도, 시스템 등을 운 좋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여러 가지 신기한 것과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것들이 참 좋아 보였고 부자 나라의 복지가 부럽기까지 했다.
급여가 많다는 것은 당연히 연차가 쌓이고, 계급이 높아질수록 많다.
거기다 더해지는 것이 가족수당, 파병수당, 위험수당, 연장수당 기타 등등이 있는데 월급으로 받지만 한 달에 2회에 걸쳐 급여를 지급받는다. (행간에는 한 번에 급여를 많이 받으면 바로 탕진? 한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또한 그 외 받는 혜택은 영주권 혜택, 대학 등록금, 주택 구입자금 대출, 의료비 지원 그리고 국가적으로 제복을 입는 군인, 경찰, 소방관들에 대한 예우가 엄청난 메리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급여 인상과 급여에 관련된 사항이라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어떤 징계의 조치로 영창이나, 군기교육대보다 제일 치명적인 것이 바로 '급여 감봉'이다.
급여를 더 받기 위한 Promotion 경쟁 등 일반 사회에서와 같이 경쟁하고 자기의 단계를 끌어올리면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업으로 군인을 선택했기에 그 자부심도 대단하고, 여기가 직장이다 보니 스스로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카투사들은 육군의 규정에 의거 승진, 인사, 휴가 체계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시간 지나면 자연스럽게 승진(이병->일병->상병->병장)하고 그에 따라 미미한 급여 인상(지금은 많이 올랐지만 30년 전이면 말이 다르다.)
되지만 미군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본인이 한만큼, 본인이 노력한 만큼, 본인의 성과만큼 급여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드는 게 당연한 게 아니겠는가?
자연스러운 피자 배달부
가족이 있는 미군들은 아무래도 생활비가 많이 들고 또 계급이 낮으면 생각보다 급여가 적을 수 있어서 이들은 일치감치 투잡을 자연스럽게 뛰고 그것이 군대 내에서도 빈번하게 행해진다.
몇몇 학벌 좋은 미군들은 시내에 외출을 하며 저녁 시간이나 주말 시간에 초중교 영어 과외를 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고 그게 아니면 가장 흔히 하는 '배달' 파트타임을 하는 미군들도 있었다. 한국군은 근무시간이 끝나도 내무생활을 해야 하고 군생활하면서 투잡을 한다는 상상을 감히 상상을 못 할 텐데 미군은 근무시간 이후 철저히 개인의 일과가 보장되기 때문에 (물론 비상상황이나, 훈련이 있으면 말은 달라지지만 그 외에는 철저하게 일과 후 시간이 보장된다.)
우리 포대의 정비분대 미군 상병도 AAFES의 안토니 피자 배달을 하며 같은 동료가 피자를 시킬 때 직접 차를 끌고 와 배달한 것을 실제로 목격하기도 했고 일부러 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도 서로가 아무렇지 않게 서로 농담하며 안전운전 하라며 하고 약간의 팁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곤 적잖이 문화 충격을 받았다.
지금이야 한국사회도 투잡, 쓰리잡 뛰며 가장 흔한 것이 배달 알바인데, 30년 전 부대 내에서 딜리버리 파트타임을 하는 현역 미군들을 보면 참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자유롭고 또 부수입을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게 철저하게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또 한 번은 일병 때인가 주일에 Alert이 발생하여 모든 외출자가 복귀해야 하는데 나는 그때 서울까지 외출했다가 복귀하는 길이라 시간이 걸려 조마조마한 상태였다. 다행히 시간에 맞춰 복귀했는데 내 룸메이트는 먼저 와서 대기했었고 나도 도착하여 같이 inspection을 받으려 하는데 포대장이 먼저 룸메이트 쪽을 지나고 내 쪽으로 올 때에 미군은 편하게 짝다리 피고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포대장(대위계급)에게 쉬는 날 Alert이 걸려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고 웃으면서 농을 건네는 모습과 그것을 또 웃으면서 받아주는 포대장의 모습에 진짜 여기가 군대인가 싶기도 했다. 이때 복장은 당연히 사복이었고 미군은 청바지에 두건을 힙하고 쓴 상태로 받았다. 포대장도 군복이 아닌 일상복 차림이었다.
군인이자, 샐러리맨인 미군과 징병제로 의무복무를 하는 카투사들의 문화적 차이와 그 갭을 메꾸는 것은 상당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그 간극을 잘 메꾸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생활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게 왜 어렵냐 하면 나는 정말 미국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미군들하고도 친하게 지내고 싶고 집에도 초대하고 싶고 그렇지만 나하고 함께하는 선임들은 그것을 고깝게 받아들이면 또 선임(카투사이자 한국군)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갖고 갈 수가 없어 균형적인 안목과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일 좋은 것은 양쪽 다 잘하면 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게 결코 아니다.
그래도 저녁마다 일과시간이 끝나고 나면 특별한 집합이 없으면 정말 자기가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 맘이 맞는 사람끼리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영화로 기분을 푼다거나, 또 짐을 가서 에어로빅(주로 여군)도 좀 추고, 클럽에 가서 술 한잔 할 수도 있고(주로 미군들) 어찌 됐든 한국군보다 더 나은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은 특혜를 받는 것은 사실이니 이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어찌 되었든 미군은 철저한 자본주의 사상에 물든 직업인으로 이해를 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자본주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많은 이슈를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