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체성의 혼란

EP.17 이게 뭐야

by happy daddy

#1. 내 이름은 Mr. Kim

Section chief SGT Johnson

15포대 지원포대에서 행정실에 근무하고 있는 나는 배럭스 1층에 사무실이 있었고 포대장, 부포대장, 선임하사관과 같이 근무를 하였다. 한국군 경험은 논산 훈련소가 다이기 때문에 한국군대의 행정병 업무는 잘 알지 못한다. 근무를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이 아무래도 전화를 받을 때가 가장 긴장되었고 100% 미군이 전화를 걸어와 업무 내용 및 민원 식의 내용이었고 내 선에서 이해가 안 되면 재빨리 주변의 미군들에게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 보면 기계적인 멘트와 뻔한 내용의 민원이기 때문에 몇 달만 지내면 또 수월하게 통화를 하고, 처리하게 된다. 행정실의 칩은 병장 존슨이었는데 흑인이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이었는데 흥이 많고 나를 잘 챙겨주기도 했고 언제나 나를 부를 때 계급을 부르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닌 그냥

Mr. Kim 하면서 유노우왓와쎄이~ 하면서 대화가 시작된다.


미군은 직장이기 때문에 승진도 자동승진이 아니라서 병장급이면 대단한 직급이다.

당시 카투사는 한국군 계급과 승진이 되어 자동승진으로 2년 이내 병장을 달게 되지만 미군은 최소 5년 이상 걸리고 5년 안에 병장을 달았다고 하면 정말 아웃 스탠딩한 실적과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것이다.


칲 병장 존슨, 상병 혼빅, 일병 건, 일병 존 그리고 나까지 5명이 소위 행정계원이었다.

카투사이지만 미군과 같이 근무하였기 때문에 나의 업무도 당연히(?) 한국군 관련이 아닌 미군의 인사, 행정업무를 보는 것이었고 배치, 전출, 프로모션, 사격, PT, 휴가 관리 등 모든 프로그램은 미군에 관한 업무를 보았고 카투사의 인사, 휴가, 행정조치는 ROKA Staff에서 따로 보았다.


그러면서 근무 후에는 카투사 선임들이 한국군으로서의 전달사항 및 간단한 정훈과 군기확립등을 유지시켰고

이것이 나는 적응하기가 처음에 어려움을 겪었다.



#2. 일과시간 후 모이는 카투사

21시까지 헤처 모여

미군은 오후 5시 일과 시간이 끝나면 일반 직장과 같이 퇴근하고 모든 것이 프리이다.

군대이지만 사회직장생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카투사 근무시간도 미군의 일과시간과 동일하다.

일과를 마친 후 저녁 식사 후 대부분의 많은 시간을 개인 정비, 청소, 빨래, 운동, 독서, 영화관람 등 다양하게 시간을 보낸다.


다만 카투사는 한국군으로서의 위치도 있어 카투사 선임, 후임과는 한국군처럼 위계질서를 따르려 한다.

그래서 미군은 일과시간 후 자유롭지만 카투사는 선임들의 성향에 따라 매일 집합하는 부대도 있고 반대로 느슨하게 하는 부대도 있는데 일장일단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뭐가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근무하면서 미군들은 자기들의 규율만 따르면 되는 반면, 카투사들은 미군의 규칙과 한국군의 규칙 모두 지켜야 하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지 않으면 초반에 군생활하기 힘들다.


만약 내가 미군과의 관계가 더 좋고 더 친하고 더 가깝게 지내면 그것을 질투하거나 못마땅해하는 선임들도 있어서 그 부분에서 어떻게 조율을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특히 이런 상황은 카투사 선임들이 미군과

잘 어울리지 못하다거나, 인정을 못 받을 때 후임들이 자기보다 더 미군과 친밀하게 교류를 이어갈 때 더욱 문제가 도더라 진다.


이럴 때 해결하는 방법이 딱히 없었다. 문제는 진심에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잘하는 수밖에 없다.

낮에는 미군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고 잘 어울리고 영어도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저녁에는 카투사 선임들도 존중하며 그들의 지시를 따르며 순종하며 최선을 다해 후임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면 풀릴 일이다.


우리는 배럭스마다 런드리룸이라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데 어떤 부대에서는 선임들이 자기 빨래는 후임들에게 시키고 잔심부름도 많이 시키고 그걸로 또 후임들을 여러 가지로(?) 괴롭힌 사례가 있는데 이게 한국군이 느끼기에 이게 무슨 갈굼이냐? 할 수도 있는데 그 상황에 들어가면 이게 갈굼이 될만한 것들도 분명 많다.


카투사는 영어를 잘해서 미군 하고만 관계를 잘 맺으면 해결될수 있다는 내 생각의 한계를 느끼고 그것이 나의 착각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을 때. 오히려 선임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도 낯선 문화 낯선 미군과 같이 근무하면서 마냥 좋았을 리는 없고 알게 모르게 미군들에게 갈굼을 당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카투사는 한국군이자 미군에 배속되어 미군의 장비, 군복, 의식주를 따르며 생활하는 군인이기 때문에 양쪽 다 잘해야 하는 것이 나의 결론이고 괜한 오해와 비하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나를 넘으면 또 하나가 닥쳐오고 그런데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신기하고 즐겁다. 진짜 돈주고도 경험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6화첫 룸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