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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 행정병의 업무

EP15 나의 주특기 71L

by happy daddy

#1. 행정실에 근무하다.

사방이 전부 미군들

자대배치 후 ROKA STAFF에서 몇일 더 대기하다가 이제 각 부서로 배치되었는데 우리 동기 4명중 2명은 정비, 1명은 보급, 나는 행정이라 정비2명을 제외하고 전부 다른 곳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내가 있는 포대는

지원포대이고 영어로는 SVC BATTERY라 부른다. 보병은 Company, 같은 육군이지만 포병은 Battery라 하고 지원포대는 정비(수리), 보급(대대보급), 취사병 크게 이렇게 구성이 되었고 우리 1대대는 4개 포대가 구성이 되어 있다.


보통은 선임들이 포진되어 있고 족보처럼 되어 있는 업무 지침서가 있어 그것을 따라하면 쉽게 할 수 있으나 당시 우리 포대는 구타, 폭력으로 인해 한꺼번에 선임들이 타부대로 전출을 가야해서 인수인계가 굉장히 짧았고 미군부대 특성상 한글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Word, Exell, Powerpoint 등 주로 MS office를 사용해서 그야말로 애를 많이 먹었다.


이게 정말 하나도 한글이 없고 전부 영어인것이다. (당연한것이다 미군부대가 메인이 미군이고 그들이 굳이 친절하게 한글로 메뉴얼을 적거나 그랬을리 없다.) 카투사이긴 하지만 미군과 함께 근무하고 행정실의 업무가 인사, 관리, 휴가, 총무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군 인사파일도 있고, 나름 기밀문서도 다를수 있어 긴장을 해야헸다.


포대장 1명 (대위계급), 부포대장 1명(중위계급) 그리고 주임원사 1명과 행정실 Chief 1명 그리고 계원 3명이 있고 막내가 나였다. 포대 인원이 약120명은 된것 같았다. 그 인원을 전부 다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 포대에 취사병도 있어서 이들은 새벽일찍 출근하고 업무 강도가 세기도 하고 그래서 자기 근무가 아닌 off 일때는 수시로 외출을 하여 동두천이나 서울 경복궁 같은 관광을 많이 갔었고 어디가 좋은지 나에게 많이 물어보기도 했지만 딱히 그때는 내가 어디가 좋다고 말할수 없었던게 나도 여기저기 잘 안돌아다녀서 할 말이 없었기도 했다.


행정병 업무중의 중요한 업무 하나가 휴가나 상장, 포창장 같은 것을 서식에 맞게 써야 하고 대부분 정해진 양식에 플러스 알파로 Section Chief이 써준 내용을 양식에 맞게 써서 만들어 줘야 하는 업무도 있다.

대부분 미군들이 만들기도 하지만 일손이 모자르거나 할때는 나역시 그 업무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럴때마다 몇번이나 수정하고 다시 또 수정하고 굉장히 손이 많이 간 기억이 남는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날 포대장이 나한테 와서 서류를 만들라 하고서 (Memorandom) 그것을 보더니 자로 재서 정중앙에 문단이 되었는지 양식이 맞었는지 그것부터 확인하는데 설마 진짜 자를 가지고 또 접이를 정중앙 접아서 하는 줄은 몰랐다.

memorandom.jpg

보통 이렇게 시작을 한다. 항상 맨 위에 Depart of the Army가 나오고 아래 부대 유닛과 주소가 등장한다.

어떤 근거로 만들었졌는지 예를들어 REG-600-2는 600-2규정에 의한 것이고 (카투사 복무규정 600-2)

맨 아래는 발행하는 이가 등장하고 그 위에 서명을 하게 된다.


가뜩이나 쏼라쏼라 영어에 인계해줄 선임도 없어서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 연속이었다.

이렇게 서류작업이 치이다 보면 미군 선임 한명이 대대 인사과(S-1)가서 서류를 받아오라고 한다거나 카피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내가 카투사이고 한국인이라서 무시해서 이런 업무를 시키나 했는데 계급이 올라가면서 깨닫게 되는것은 쫄병이 뭘 알아야 일을 시키지 않겠는가 생각하니 비로서 오해가 풀린다.


#.2 You were called by ~~

주임원사에 부재중 메모를 전달하다.

지금이야 전부 스마트폰이 있고 사무실 전화보다는 직접 당사자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당시 95년에는 그렇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또 군대이기 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없다.


그래서 각 사무실 각 인원이 있는 자리에는 유선전화기가 있어 그 번호에 전화를 걸어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가끔 주임원사가 자리를 비울때 전화를 땡겨 받을 때가 있었는데 그야말로 전화영어는 또 공포다.

그냥 회화도 어려운데 전화로 말을 주고 받고 하는 것은 정말이지 수능 듣기평가보다 더 어려워던 것 같다.

전화기.jpg

그래서 더 긴장하게 되고 그럴때 생각해 낸것이 메모장을 바로 옆에 두고 내가 누구인지 현재 당신이 통화하려는 주임원사는 부재중이다 여기까지만 하면 대게 다음에 다시 통화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니 꼭 신원을 물어보고 답해주면 그것을 적어서 책상에 적어두면 나중에 주임원사가 확인 후

Oh Outstanding 이라 하며 꼭 격려를 해주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었다.


조금씩 행정실 업무에 적응해 가고 있는 내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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