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차: 육성 기록 속 고뇌와 철학적 언어의 탐구
김재규의 육성 기록은 단순한 진술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시대의 폭력과 권력의 구조 속에서 어떤 철학적 결단을 내렸는지를 보여주는 고백이다. 그의 말은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사유의 결과였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혁명하지 않았다. 나는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철학적 반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의 표현이었다. 그의 육성은 때로는 단호했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지도자를 향해 총을 겨눈 이유를 설명하면서,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단순한 폭력의 언어가 아니라, 윤리적 고뇌와 철학적 결단이 담긴 상징적 언어였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무게를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을 통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되묻고자 했다.
김재규의 육성 기록을 분석하면, 특정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자유’, ‘민주’, ‘평등’, ‘민권’ 등은 그의 사상적 중심축을 이루는 어휘들이다. 그는 이 단어들을 단순한 정치적 구호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철학적 신념의 표현으로 사용했다. 그의 붓글씨에도 이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그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어휘의 반복은 그가 어떤 철학적 세계관을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그는 자유를 단순한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근본적 가치로 인식했다. 민주는 단순한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기억, 성찰을 통해 유지되는 문화적 기반이었다. 평등은 권력의 균형을 위한 원칙이었고, 민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시민의 존엄이었다.
김재규의 육성 기록에는 수많은 고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박정희를 증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박정희를 존경했고, 그와의 개인적 관계 속에서 깊은 애정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유신체제가 더 이상 국민의 자유를 회복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그 판단은 단순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윤리적 고뇌와 철학적 성찰의 결과였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인간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가 단순한 암살자가 아니라, 사랑과 책임 사이에서 고뇌한 인간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행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알고 있었고, 그 평가가 왜곡될 가능성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렸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철학적 선택이었다.
김재규의 사상은 특정 철학자들의 사상과 깊은 연결고리를 갖는다. 예를 들어,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통해 전체주의 체제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도덕적 판단을 상실하는지를 설명했다. 김재규는 유신체제의 내부에서 그 도덕적 판단을 회복하려 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체제의 중심에 있었지만, 그 체제의 모순을 인식하고, 그것을 제거함으로써 윤리적 책임을 다하려 했다. 또한 존 롤스의 ‘정의론’은 사회적 정의를 위한 원칙으로서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다. 김재규는 유신체제가 이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권력의 집중과 국민의 자유 박탈을 ‘정의의 붕괴’로 인식했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그의 육성 기록은 이러한 철학적 사유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김재규의 육성 기록은 단순한 증언이 아니라, 문학적 언어로서의 가치도 갖는다. 그의 표현은 때로는 시적이고, 때로는 상징적이다.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표현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윤리적 고뇌를 함축하는 문학적 언어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면서도, 그것을 미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육성 기록은 시대의 양심을 복원하는 언어적 작업이었다. 그는 자신의 결단을 통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되묻고자 했고, 그 질문을 언어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시대를 향한 철학적 메시지였다.
김재규의 육성 기록을 다시 읽는 일은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민주주의를 기억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이다. 민주주의는 단지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기억과 성찰의 문화적 기반 위에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인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 평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김재규를 단순한 반역자로 규정하는 것은 과거 독재의 논리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의 철학과 결단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되묻는 작업이다. 우리는 그를 통해 민주주의가 단지 선거와 제도만이 아니라, 시민의 윤리적 판단과 철학적 성찰을 통해 유지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
김재규는 단지 과거의 인물이 아니다. 그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질문이다. 그의 육성 기록은 시대의 양심을 복원하는 작업이며, 민주주의의 본질을 되묻는 철학적 고백이다. 우리는 그를 다시 바라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다. 그의 말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질문이다. 우리는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가에 대한 성찰이며, 그 성찰을 통해 우리는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축할 수 있다.
다음 회차에서는 김재규가 남긴 붓글씨와 상징적 언어를 중심으로, 그의 철학적 세계관을 더 깊이 탐구할 예정입니다.
‘자유’, ‘민주’, ‘평등’, ‘민권’이라는 단어들이 그의 붓글씨에 어떻게 반복되고, 어떤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지
시각적 언어로서의 붓글씨가 그의 사상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붓글씨를 통해 드러나는 김재규의 내면과 시대 인식
그의 손끝에서 나온 글자 하나하나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대를 향한 철학적 메시지였음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