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장남의 김재규 증언

by 김작가a

이 글은 침묵과 결단, 윤리와 저항, 그리고 시대의 고통을 관통한 두 인물 ― 김재규와 장준하 ― 그리고 그 유산을 기억하는 장호권의 증언을 바탕으로 구성된 서사이다. 단지 정치적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을 둘러싼 인간의 윤리적 선택과 내면의 고뇌를 되새기기 위한 기록이다. 김재규의 총성은 단지 권력의 심장을 겨눈 것이 아니라, 시대의 윤리적 침묵을 깨우는 외침이었다.

그리고 그 외침은 장준하의 침묵에서 비롯되었다. 이 글은 장호권의 독백체 형식으로 구성되며, 김재규가 장준하 유족을 위해 용인시 아파트 전세를 마련해준 실화를 중심으로, 침묵의 윤리와 결단의 총성을 되새긴다. 붓과 총, 침묵과 행동, 유교적 윤리와 민주화 정신이 교차하는 이 서사는, 시대를 넘어선 윤리적 유산이다.


1장.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한다. 1975년, 그해 여름은 유난히 조용했다. 아니, 조용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것은 침묵이었다. 말이 사라진 계절, 윤리가 무너진 시간. 아버지는 말없이 떠났고, 우리는 말없이 남겨졌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김재규를 떠올렸다. 아버지의 생전에, 그는 몇 차례 우리 집을 찾았다. 늘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위로였다. 그의 눈빛은 결단이었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윤리를 품었다. 그러나 그는 침묵했다. 말하지 않았고, 설명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단지 성격이 아니라, 윤리적 태도였다.

아버지는 늘 “말보다 행동을, 행동보다 윤리를” 강조했다. 그 말은 김재규에게도 닿아 있었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이해했고, 말없이 시대를 고민했다. 그 침묵은 단지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시대의 유산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어머니는 말이 없었고, 나는 매일 밤 아버지의 유고 앞에서 “義”라는 글자를 수십 번 써내려갔다. 붓끝이 떨릴 때마다, 나는 김재규를 떠올렸다. 그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위로였다. 그의 행동은 결단이었다.

그는 조용히 우리 집을 찾았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 말도 없이. 그는 식탁 앞에 앉아, 붓을 들었다. 한지 위에 단 한 글자를 썼다. “義” 그 글자는 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아끼던 글자였다. 어머니는 그 글자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김재규는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용인시의 작은 아파트 전세 계약서를 건넸다. 그것은 단지 집이 아니었다. 그것은 윤리의 공간이었다. 시대가 무너진 자리에서, 그는 우리에게 침묵의 집을 마련해주었다.


2장.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해,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총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침묵이었다. 말할 수 없는 고통, 설명할 수 없는 분노. 그 침묵 속에서 나는 김재규를 떠올렸다. 그는 아버지와 짧지만 깊은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다.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이해했고, 말없이 시대를 고민했다.

1974년, 아버지는 김재규를 만났다. 그 만남은 단지 정치적 교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윤리적 결단의 교차점이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말했다. “침묵은 결단을 위한 준비입니다.” 그 말은 김재규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그 이후, 그는 더욱 침묵했다. 그 침묵은 단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향한 윤리적 저항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김재규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달라졌다. 그는 중앙정보부장으로서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그 권력의 어둠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침묵 속에서 결단을 준비했다. 붓글씨를 쓰며 마음을 다스렸고, 책상 위에는 늘 “義”라는 글자가 놓여 있었다.

그 글자는 아버지와의 만남을 기억하는 상징이었다. 김재규는 그 글자를 보며, 아버지의 침묵을 되새겼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결단을 다져갔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붓은 시대를 향한 윤리적 선언이었다.


3장. 아버지가 떠난 후, 우리는 서울의 작은 집에서 지냈다. 어머니는 말이 없었고, 나는 매일 밤 아버지의 유고 앞에서 글을 썼다. 그 글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윤리의 기도였다. 그때, 김재규가 다시 우리를 찾았다. 그는 말없이 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에는 용인시의 작은 아파트 전세 계약서가 들어 있었다.

나는 놀랐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준비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유족이 겪을 고통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 고통을 말로 위로하지 않고, 행동으로 감쌌다. 그것은 단지 부동산 계약이 아니었다. 그것은 윤리의 실천이었다.

그 아파트는 우리 가족에게 단지 거처가 아니라, 윤리의 성소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버지를 기억했고, 김재규의 침묵을 되새겼다. 어머니는 그 집에서 매일 “義”라는 글자를 써내려갔다. 그것은 김재규의 침묵에 대한 응답이었다. 말 없는 위로, 말 없는 결단. 그 집은 침묵의 집이었다.


4장. 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 몰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집안은 말 그대로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새벽마다 붓글씨를 쓰셨고, 나는 그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었다. 그러나 등록금 고지서가 도착했을 때,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침묵은 고통이었다.

그때, 김재규가 다시 우리를 찾았다. 그는 말없이 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에는 등록금 전액과 생활비가 들어 있었다. 나는 놀랐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우리가 겪을 고통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 고통을 말로 위로하지 않고, 행동으로 감쌌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단지 어머니에게 붓을 건넸고, 한지 위에 “仁”이라는 글자를 썼다. 그것은 아버지가 생전에 자주 쓰던 글자였다. 어머니는 그 글자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눈물 속에서 김재규의 침묵을 이해했다. 그것은 단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결단이었다.

그의 지원은 단지 돈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를 향한 윤리적 응답이었다. 나는 그 돈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그 생활비로 책을 샀다. 그 책 속에서 나는 아버지를 다시 만났고, 김재규의 침묵을 되새겼다.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시대를 향한 선언이었다.

그 후에도 그는 몇 차례 조용히 지원을 이어갔다. 등록금이 오를 때마다, 생활이 어려울 때마다, 그는 말없이 봉투를 건넸다. 그 봉투는 단지 종이가 아니라, 윤리의 상징이었다. 나는 그 돈으로 공부했고, 그 침묵으로 윤리를 배웠다.

그의 붓글씨는 늘 한결같았다. “義”, “仁”, “忠”, “誠” 그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글자들이 그의 마음이었다. 나는 그 글자들을 노트에 옮겨 적었고, 그 글자들로 논문을 썼다. 그 논문은 단지 학문이 아니라, 시대를 향한 윤리적 응답이었다.

김재규의 침묵은 나에게 말보다 깊은 울림이었다. 그의 결단은 단지 정치적 행동이 아니라, 인간적 윤리의 실천이었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성장했고, 그 결단 속에서 시대를 이해했다. 그의 붓글씨는 나의 길잡이였고, 그의 총성은 나의 각성이었다.


5장. 나는 김재규의 총성을 기억한다. 1979년 10월 26일, 그날 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뉴스는 충격을 전했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나는 그 총성을 다르게 들었다. 그것은 단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윤리적 선언이었다. 침묵의 끝에서 울린 총성은 시대를 깨우는 외침이었다.

그 총성은 아버지의 침묵에 대한 응답이었다. 김재규는 말없이 준비했고, 말없이 결단했다. 그의 붓글씨는 그 결단의 예행연습이었다. “義”라는 글자는 그의 삶을 관통했고, 그 글자는 아버지의 유산이었다. 나는 그 글자를 보며, 시대를 이해했다.

그는 우리에게 집을 마련해주었고, 학비를 지원해주었으며, 말없이 윤리를 실천했다. 그의 침묵은 단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향한 윤리적 저항이었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성장했고, 그 결단 속에서 각성했다.

그의 총성은 단지 권력의 심장을 겨눈 것이 아니라, 시대의 윤리적 침묵을 깨우는 외침이었다. 나는 그 외침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외침 속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난다. 그들은 말없이 시대를 이끌었고, 말없이 윤리를 실천했다.

나는 이제 그 침묵을 이어받는다. 말보다 행동을, 행동보다 윤리를. 그것이 아버지의 유산이고, 김재규의 결단이다. 그들의 침묵은 시대를 관통했고, 그들의 결단은 역사를 바꾸었다. 나는 그 침묵을 기억하며, 그 결단을 되새긴다.


맺음말. 이 글은 단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윤리적 교차점이며, 침묵과 결단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관통하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이다. 김재규의 총성은 단지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윤리적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 선언은 장준하의 침묵에서 비롯되었다.

장호권의 기억은 그 침묵을 이어받은 증언이다. 붓과 총, 침묵과 행동, 유교적 윤리와 민주화 정신이 교차하는 이 서사는, 시대를 넘어선 윤리의 유산이다. 우리는 그 침묵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단을 되새겨야 한다.

말보다 행동을, 행동보다 윤리를. 그것이 그들의 유산이고, 우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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