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한 일

주말의 유혹을 팔다.

by 빛나다온

"왜 그렇게까지 해?"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내게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2021년부터 무려 4년 넘게 늦잠을 즐길 수 있는 주말아침. 왕복 1시간 40분 걸리는 곳으로 향했다. (아는 곳이어서...)

경조사가 아닌 이상 쉬지 않았다.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돈이 없냐며 농담을 했지만 사실 시작은 호기심과 심심해서였다.

​근사한 뷰가 펼쳐지는 핫플레이스 카페, 정갈한 앞치마를 두른 바리스타에 대한 로망. 그리고 언젠가 은퇴 후 나만의 작은 '샵인샵'을 차리고 싶다는 막연한 꿈. 그 설렘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뭐든 모를 때가 가장 즐거운 법이다. 처음 1년은 커피 향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1년이 지나자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어깨를 누르기 시작했다. 주말 아침의 단잠은 꿈도 못 꾸었고 카페에는 주말에만 더 몰려드는 인파 속에 몸은 고단해졌다.(그래서 주말 알바가 필요했을 테니깐) 만약 내가 안 가면 20대의 젊은 직원들이 힘들 걸 알기에 그만둘 수도 없었다.

왕복 2시간에 가까운 출퇴근도 서서 손님을 맞이하는 노동도 견뎌낼 만큼 나는 생각보다 체력이 강했나 보다. "뱀장어 먹고 자라서..."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하지만 슬슬 권태기가 올 때 고비를 넘기게 해 준 건 뜻밖의 계기였다. 평소 꼼지락거리며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난 거창한 건 아니지만 만든 것들을 사장님 부부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카페에서 팔아보실래요?"
"네? 사갈까요?"
"물론이지요."

​사장님의 제안에 반신반의하며 작은 매대 한구석에 올렸다. 밖으로 나온 나의 솜씨가 타인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손님들이 멈춰 서서 구경을 하는 것이다. 내가 만든 소품이 다른 손에 들려있는 모습은 또 다른 성취감이었다.

​2025년 봄 사장님은 카페를 다른 분께 넘기면서 나의 긴 주말 외출도 마침표를 찍었다. 몸은 편해졌지만 돌아보니 내 손에 남은 것은 경험뿐만이 아니었다.

​명품백보다 나를 설레게 하는 건금이었다. 아르바이트비를 아껴 금을 조금씩 샀다. 당시 한 돈에 35-43만 원 하던 때 그 가격조차 비쌀 때라 손을 떨면서도 조금씩 모았다.

최근 치솟는 금값을 보며 주말의 단잠과 바꾼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때 산 것은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라 주말과 바꾼 나의 금 같은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그냥 좀 쉬지'라고 말했을 4년의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법을 배웠고 내 솜씨가 타인에게 조금은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최근에 잘한 일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그때, 귀찮음을 이기고 주말 카페로 향했던 일이라고..."

그런데 다시 하라고 한다면?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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