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시간-트윈잇!
작은 네모 틀 안에, 온갖 무늬들이 다 있다. 노란색 바탕에 소용돌이치는 곡선, 눈부신 파랑 속에서 번쩍이는 눈, 원자 모양이 경쾌하게 춤을 추는 타일들...
오전 10시 보드게임 시간이다. 강사님께서 게임 상자를 열자, 작은 카드들이 한가득 보인다. 보드게임 강사님께서 웃으시며 설명하신다.
"자, 오늘 게임 이름은 트윈잇!"
제목을 힘주어 말하자 아이들이 동시에 "오~" 하고 탄성을 터뜨린다.
"규칙은 아주 간단합니다. 한 명씩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자기 카드 더미 맨 위 카드를 뒤집어 가운데에 놓는 거예요. 그때, 같은 무늬의 카드가 두 장 보이면 양손으로 번개처럼 집어야 해요. 가장 먼저 집은 사람이 ‘트윈!’ 하고 외치면 됩니다."
트윈~! 하고 소리치며 한 아이가 벌써 연습을 한다.
"근데 선생님, 같은 카드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
"좋은 질문이에요. 같은 무늬는 테이블 위에 펼쳐진 카드, 다른 사람 카드 더미 맨 위, 그리고 이미 누군가 가져간 카드 세트에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눈을 크게 뜨고, 손은 더 크게 벌려야 해요."
"오~ 재밌겠다!"
"근데 비슷한 무늬에 속으면 어떡해요?"
"그건 속은 사람이 손해죠."
강사님 대답에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다. 규칙 설명이 끝나자, 벌써 몇몇 아이는 의자를 반쯤 밀고 전투태세다. 오늘 교실은 번개보다 빠른 손과 '트윈' 외침으로 들썩일 게 분명하다.
방학중이라 여행을 가서 빈자리가 많다. 오늘은 세 모둠으로 나눠 게임을 진행했다. 네 명씩 둘러앉은 테이블 위에, 카드 더미가 가지런히 놓인다. "준비됐죠?" 강사님이 신호를 주자, 네 명의 아이들은 순서를 정해 차례차례 뒤집기를 한다. 그러다 같은 무늬가 나오자 동시에 앞으로 몸을 숙인다. 순간 손이 카드 위로 번개처럼 내리 꽂힌다. 손끝이 닿는 순간 여기저기서 팔이 엉켜 버린다.
"아, 내 거야"
"아니야, 내가 먼저 잡았어!"
"아니라니깐, 내가 먼저 잡았다니깐"
"선생님, 이건 분명히 제 손이 먼저였어요!"
순식간에 교실은 서로 자기가 먼저라며 들썩인다.
어떤 아이는 벌써 의자에서 반쯤 일어나 있고, 어떤 아이는 팔꿈치를 괜히 더 앞으로 내밀며 기세를 잡는다. 누군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 누군가는 슬쩍 웃으며 다음 기회를 노린다. 승부욕이 번쩍이며 잠시 뒤 강사님의 판정이 내려진다. 이럴 땐 가위바위보로 정합시다.
"가위 바위 보"
"봐~ 내가 이겼지?"
다시 다음 카드를 향해 번개 같은 손길이 튀어 오른다.
다른 쪽 테이블은 조금 다르다. 여긴 무작정 달려들기보다 차분히 노리는 분위기다. 안경 쓴 아이는 손가락을 입에 살짝 물고, 눈은 카드 무늬를 꿰뚫는다. 마스크를 쓴 여자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레 뒤집는다. 그리고 누군가가 "트윈!" 하고 외치는 순간 그 테이블도 폭발하듯 목소리가 높아진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재미있을 것 같고 아이들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겼다.
"얘들아, 이번 판은 선생님도 낀다!"
아이들이 "우와~!" 하며 자리를 조금 내준다. 하지만 시작 후 10분도 안 돼서 문제가 발생한다. 카드 무늬들이 내 눈앞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더니 노랑, 파랑, 빨강이 한꺼번에 몰려와 머릿속까지 회전 중이다.
"선생님, 왜 멈췄어요?"
"아… 내 눈! 어지러워서 안 되겠다. 선생님은 그냥 심판할래."
내 말에 아이들이 깔깔깔 웃는다.
"선생님이 우리보다 훨씬 잘 찾는걸요~"
"아니야 너희들이 더 잘 찾는 것 같아"
우리는 경쟁 속에서도 웃으며 서로를 격려한다.
트윈잇은 단순히 짝 맞추기 게임이라기보다는 그 순간의 몰입과 한 장의 카드가 뒤집힐 때 터져 나오는 탄성, 그리고 내가 먼저 외쳤을 때의 짜릿한 쾌감이 짧지만 깊은 집중의 세계로 나를 던져 넣는다. 게임이 끝나도 패턴들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마 오늘 밤 아이들 꿈에서도 저 노란 곡선과 파란 별, 그리고 원자 모양이 '트윈!' 하고 속삭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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