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여름휴가다.

마음 한편은 교실에

by 빛나다온

돌봄 교실도 방학이 있다. 방학엔 나도 아이들도 잠시 쉬어가는 휴가라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작년 여름휴가는 조금 달랐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의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린 여행이라 짐을 싸면서도 마음이 들떴다. 친구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코바늘로 직접 뜬 네 잎 클로버꽃갈피를(책갈피) 선물로 준비했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처럼 그날의 난 무척 설레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은 연차를 쓰기로 하고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께 대체 수업을 부탁드렸다.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분이었기에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윤슬보다 반짝이던 건 내 마음속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웃고 있어도, 시원한 그늘 아래서 수박을 먹고 있어도 아이들이 생각났다. 나도 참… 어쩔 수 없구나. 괜히 피식 웃음이 났다.
- 선생님, 오늘 ㅇㅇ 아파서 결석합니다.~
- 선생님, ㅇㅇ이 이모네 놀러 가서 돌봄 교실 못 가요~

- 애가 피곤한지 30분 늦게 등교할 것 같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니 내 핸드폰 안심번호로 어머님들의 문자가 잇따라 도착했다. 나는 곧바로 대체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다. 잠시 후 대체 선생님께 답장이 왔다.


ㅇㅇ가 선생님 어디 갔냐고 계속 물어요~

ㅇㅇ도 선생님을 찾네요.

그 답장에,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헤어진 것도 아니고 이별도 아닌데... 괜스레 짠한 마음이 밀려왔다.

화요일. 이틀째 내가 없는 날. 전날엔 별 말 없던 아이가 "우리 선생님 오늘도 안 와요?"라고 했단 말을 듣고 한참을 서 있었다.

아이들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던 게 괜히 마음에 걸렸다. 그저 자연스럽게 지나갈 거라 생각했다. 사실 아이들이 날 찾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었다.

"오늘도 안 와요?"
보고 싶단 말 대신, 이 투정 같은 질문이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는 아이들의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대체선생님과 있는 것이 어색해서였을까?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고향 친구들과 보내는 그 짧은 기간에도 불쑥불쑥 아이들의 모습은 떠올랐다.

장난치다 야단맞던 얼굴, 간식 더 달라며 내밀던 손동작, 마이쮸 하나에 눈이 반짝이던 그 표정들, 내 여름휴가에 가장 자주 스친 건 아이들의 눈빛이었다. 이번 휴가는 나에게도 필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마음의 일부는 여전히 교실에 머물러 있었다.

드디어 돌아오는 날 일찍 출근을 해서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데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큰소리로 말한다.


"어. 선생님이다!"

"선생님 어디 갔었어요?"
"보고 싶었단 말이에요~"

"안 오는 줄 알았잖아요!"


들어오는 아이들 마다 잔소리라도 하듯 한 마디씩 한다. 그 한마디 한마디에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진짜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아이들은 잠깐의 빈자리를 기억했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깨달았다. 만약, 내가 없는 사이 아무도 찾지 않고 그저 그렇게 지나갔다면 많이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사랑스럽다.


이렇게 누적된 감정들이 어느새 글이 되었다. 사랑스럽고 고마운 마음을, 어디엔가 보관하고 싶어서

오늘도 복작복작, 시끌벅적한 하루가 예상되지만 나는 웃으며 아이들을 바라본다.

"선생님도 너희들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그날의 내 여름휴가는 아이들 생각까지 더해진 소중한 시간이었다.





#돌봄 교실

#여름휴가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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