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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꿔본 양성평등 동화

옛이야기, 새로운 시선

by 빛나다온

나는 1남 4녀 중 막내다. "아들을 더 낳고 싶어서 낳았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서인지 자연스레 양성평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요즘은 현대판으로 각색된 동화들이 나오곤 하지만 예전에 작성해 두었던 양성평등 버전 동화를 다시 꺼내 보았다. 어디까지나 재미 삼아 정말 오로지 재미로만(소심)


1. 신데렐라

원버전: 요정의 마법으로 얻은 유리구두 덕분에 왕자를 만나 인생역전을 한다.


양성평등 버전: 신데렐라는 반짝이는 유리구두 대신 스스로 디자인한 LED 운동화를 신고 무도회에 나간다. 춤출 때마다 운동화가 무지갯빛으로 반짝이자 왕자는 신데렐라 미모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이거 어디서 샀어요?"묻는다. 신데렐라는 웃으며 "내가 만들었지요!"라고 답한다. 왕자는 신발 주인 찾느라 시간낭비도 하지 않고 둘은 스타트업 '신발혁명'을 창업해 패션계의 신화를 쓴다.



2. 백설공주

원버전: 독사과를 먹고 쓰러진 뒤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다.


양성평등 버전: 백설공주는 공짜를 싫어하고 낯선 이가 준 사과는 더더욱 사양한다. 난쟁이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그녀가 직접 키운 케일, 블루베리, 당근등으로 만든 해독 주스가 대히트를 치고 난쟁이들은 '이제 다이어트 성공'이라며 환호했다. 왕자는 "키스 대신 계약서에 사인해도 될까요?라고 묻는다. 두 사람은 농업벤처 CEO 커플이 된다.



3. 인어공주

원버전: 목소리를 잃고 왕자의 사랑만 바라보다 비극적으로 끝난다.


양성평등 버전: 인어공주는 목소리를 잃지 않는다. 바다속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노래를 시작한다. 그녀의 노래는 파도에 실려 퍼져 나가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왕자 역시 그 뜻에 공감해 함께 노래를 부른다. 두 사람은 바다와 육지를 잇는 목소리가 되어 함께 바다를 지켜 나간다.



4. 성냥팔이 소녀

원버전: 홀로 추운 길에서 성냥을 팔다 생을 마감한다.


양성평등 버전: 성냥팔이 소녀는 혼자가 아니다. 동네 아이들과 힘을 모아 성냥을 팔던 그들은 곧 아이디어를 모아 라이터를 개발한다. 이제 불은 단순히 추위를 막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발명을 통한 희망이 된다.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 투자자들까지 몰려오고 소녀와 동네 아이들은 유명해진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 여자도 군대 가야지, 남자도 아이를 낳아야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똑같은 일을 억지로 나누자는 게 아니다. 성별 때문에 "이건 여자, 이건 남자"라고 못 박는 인식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을 바라보며 무심코 내뱉은 말속에 작은 차별이 섞여 있음을 깨닫고 종종 반성하곤 한다..



요즘 출간되는 그림책들을 보면 이런 변화가 이미 많이 시작되고 있다.


<행복하게 나란히> (송아주 지음)
쌍둥이 남매인 수아와 수재가 일상에서 겪는 남녀 차별 문제를 10개의 짧은 이야기로 담아낸 동화책입니다. 직업 체험 학습에서 여자아이가 특수 부대 훈련에 흥미를 느끼고, 남자아이가 꽃 장식에 매력을 느끼는 등 고정된 성 역할을 깨는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우리 역사에 숨어 있는 양성평등의 씨앗>

(김영주, 김은영 지음)
신라의 원화 제도부터 근대 독립운동까지, 우리 역사 속에서 양성평등의 가치를 찾아보는 논픽션 동화책입니다. 과거 조상들의 지혜와 인권 의식을 통해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민달이는 내 친구>
2024년 수원시 양성평등기금 지원사업으로 출간된 동화책입니다. 양육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들었으며, 양성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2025년은 '그림책의 해'로 지정되어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이 출간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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