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나의 시선을 훔치다.
2020년, 미스터트롯 시즌1의 열풍이 한창이었다. 그 무렵 친구들 단톡방은 유난히 시끄러웠다. 자기가 찍은 참가자에게 투표하라며 열성 팬 모드로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TV를 잘 보지 않는다. 그런데 대화에 끼려면 봐야겠다는 생각에 리모컨을 들었다. 한 친구는 임영웅 팬이었다. "인기가 제일 많대." 팬덤은 이미 거대했다. 그래서 오히려 관심을 두기 싫었다. 수많은 사람이 열광한다면 굳이 나까지 보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또 한 친구는 영탁 팬이었다. 막걸리 노래를 들으니 정말 맛깔났고 호감이 갔다. 하지만 친구가 이미 마음껏 좋아하고 있었으니, 나는 그 마음을 양보했다. 그러다, 내 시선을 단숨에 훔친 한 남자가 있었다. 태권도를 선보이며 노래까지 소화하던 나태주. 운동하는 남자가 주는 섹시함은 언제나 특별하다. 게다가 그는 태권도의 무대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남자였다. 세상에 어쩜 저렇게 멋있을까? 노래도 잘 불렀지만 태권도를 하는 모습에 더욱 매료되었다. 그 장면을 보고 또 보고 반복 재생까지 하며 빠져들었다.
섹시함을 좋아한다. 물론 청순함도 예쁘고, 단아함도 고요히 매혹적이다. 귀여움은 사랑스럽고, 우아함은 기품이 있다. 그러나 내가 가장 끌리는 건, 땀과 열정으로 빛나는 섹시함이다. 그런 섹시함이 나태주에게 있었다. 그리고 그 섹시함은 한 무대에서 절정을 맞았다. 그는 팀 미션에서 폴댄스를 펼쳤다.
나도 폴댄스를 배우고 있었으니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조명이 터지는 무대 위 Imagine Dragons의 〈Believer〉강렬한 비트와 함께 봉에 매달린 그의 몸짓은 단순한 춤이 아니었다. 다른 멤버들도 훌륭했지만
나태주의 폴댄스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인함과 섹시함이 배어 있었다. 태권도로 다져진 근력과 유연함이 어우러져 "섹시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온몸으로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봉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며 버텨낸 '가로본능'은 남자다움과 섹시함의 완벽한 합체였다. 공중에 몸을 곧게 뻗은 채 중력을 거스르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의 근육과 눈빛은 무대를 압도했고 관객들의 심장은 하나의 리듬으로 뛰었을 것이다.
나도 연습실에서 같은 봉을 잡는다. 차갑게 손끝에 닿는 쇠의 감촉, 휘날리는 머리칼, 공기를 가르는 숨소리.
흔들림 속에서도 버티고,
회전할 때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
중력을 거슬러 나를 세우는 그 순간,
떨림을 견뎌낸 힘마저 나의 일부가 되어
내 안의 섹시함을 깨운다.
우리는 무언가에 빠져 온 힘을 다해 몰입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섹시한 모습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