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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사라지다.

by 빛나다온

나를 위해 꾸준히 하는 사치는 운동과 마사지다. 옷이나 가방보다도 몸과 피부가 받쳐주면 무엇을 걸쳐도 예쁘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내 개인생각이다.


마사지를 처음 받은 건 피부는 좋을 때 가꿔야 한다는 친구 덕분이었다. 친구가 운영하던 샵에서 주 1회 꾸준히 관리받다가 친구가 건강 문제로 샵을 접으면서 나는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몇 군데를 전전하다가 마침내 꼼꼼하고 친절한 원장님을 만났다. 3년 넘게 단골이 되면서 내 생일에는 예쁜 포장지에 선크림을 챙겨주시고, 그때그때 내 피부 상태에 맞춰 맞춤 관리도 해주셨다. 말이 많지 않아도 편안하게 해 주던 분이었다. 마사지가 끝난 후 내어주시던 미지근한 차 한 잔과 마스크 너머로 전해지던 온기가 참 따뜻했다.


원장님은 30대 미혼이셨고 어머니와 함께 산다고 했다. 언니가 결혼해 초등학생 조카가 있다며 내 돌봄 교실 얘기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주1회 꾸준히 관리받았고 10회씩 묶어 결제하곤 했다. 회차가 다 끝나는 마지막 마사지를 받은 날, 내 개인 일정으로 2주만 쉬겠다고 했다. 그렇게 마지막 관리 후 웃으며 헤어졌다.

2주 뒤 마사지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해 문자를 드렸지만 답이 없었다. 평소엔 바로 답장을 주시던 분이라 조금 걱정되었지만 일하시다 바쁘신가 보다 하고 기다렸다. 다음날에도 답장이 없었다. '그때 결재를 안 해서 기분이 나쁘신 걸까?' 염려도 되었다. 난 다음 날 다시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 한 시간 후 답장이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동생이 먼 길을 가게 되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동생이 먼 길을 가?'는 말이 마음을 철렁하게 했다. 경황이 없으실 텐데 내가 괜히 연락드렸다며 자책했고

답장을 차마 못 했다. 언젠가 마음을 추스르시면 다시 연락이 오시겠지 생각하며 그저 기다렸다. 그러다 문득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게 되었다. 사진을 클릭한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프로필엔 원장님 영정사진이 있었다. 문자는 원장님 언니가 원장님 폰으로 보낸 것이었다. (아마도 마사지 예약 문의가 많아 언니가 동생 카톡 프로필을 영정사진으로 바꿔둔 걸로 추측됨.)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다. 갑자기 돌아가신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샵 근처를 지날 때마다 그대로인 간판이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아직도 그대로인 인스타, 블로그가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두 달쯤 지나서야 간판만 바뀌고 다른 분이 샵을 이어간 걸로 안다.


마음속에 깊이 다시 새겼다.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 지금이 가장 젊고 오늘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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