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물 한잔

by 글라라


우리 집 강아지 가루와 산책을 나서는 길이었다. 우리 단지 뒤에는 작은 뒷산이 있는데, 그곳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아 가루와 자주 애용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약수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약수터이긴 하지만, 단지 안에 뒷산의 약수물을 끌어다 만들었다니 너무 신기해 가까이 다가가 보게 되었다.

산에서 주는 물 한 잔이 때로는 어느 물보다 맛이 좋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더욱 그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water’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단어를 외우기에만 급급했기에, "water가 갖고 있는 고유한 의미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조차 갖지 않았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엔 단순한 뜻풀이가 아닌, 단어가 지닌 뿌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water’의 어원은 이러했다.


영어 water는 고대 영어 wæter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다시 서게르만어 watar에서 왔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게르만 조어 watōr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가장 근원은 인도유럽조어(PIE)의 wódr̥라는 어근인데, 이 어근은 ‘물’을 뜻하며 여러 언어의 물 관련 단어들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인도유럽어족의 ‘물’을 뜻하는 단어들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영어 water, 고대 영어 wæter, 독일어 Wasser 같은 게르만 계통의 단어들,

그리고 라틴어 unda(물결, 파도), 산스크리트어 udán(물) 등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어원학적으로 살펴보면, PIE wódr̥의 -r̥는 오늘날의 -er과 유사한 형태로, 영어에서는 자연스럽게 ‘water’가 되었다고 한다.

고대 영어에서는 wæter로 쓰였고, ‘æ’ 발음은 점차 ‘a’로 바뀌며 오늘날의 water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물’이라는 단어는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전 세계 거의 모든 언어에서 가장 오래된 핵심 어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영어의 ‘water’는 단지 영어 고유의 발음이 아닌, 고대 인류의 언어에서 이어져 내려온 공통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출처: Oxford English Dictionary (OED), Online Etymology Dictionary,

Watkins, 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Indo-European Roots)

우리가 살아가면서 변하지 않는 유산, 그것이 어쩌면 ‘물’이 아니었을까?

무수히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물 한 잔은 누군가에게는 바다 같은 위안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햇살 같은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고대부터 수많은 이름으로 불려 왔지만,

‘물’이라는 본질만은 끝내 벗어나려 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 역시,나라는 전통을 버리지 않고

조용히, 정직하게 나를 간직하며 조금씩, 다양한 나를 만들어가려 한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처럼..

누군가에 필요한 물 한잔처럼...

- water (n.)

A clear, colorless, odorless, and tasteless liquid that forms the seas, lakes, rivers, and rain and is the basis of the fluids of living organisms.

(출처: Oxford English Dictionary & Merriam-Webster)

- water (noun)

A clear liquid, without colour or taste, that falls from the sky as rain and is necessary for animal and plant life.

(출처: Cambridge Dictionary)


고대의 용 머리 분수.png

(그림 설명 : 단지 안에 있는 약수터사진을 그림으로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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