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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계절,

그 이름은 여름

by 블랙코지


거의 모든 댕댕이들에겐 여름이라는 계절이 너무나 혹독하고 가혹한 계절일 것이다.


코지 또한 마찬가지... 2 중모로 덮여 있는 털은 대한민국의 습하고 더운 여름을 견디기엔 무척이나 힘든 조건이다. 가끔은 저렇게 까지 헥헥거리면 죽을까 봐 걱정이 될 정도로 힘들어한다.


산책 나가기 힘들어지는 건 당연지사!


꼭 뜨거워서만 그런 건 아니다!!


코지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지가 힘든 줄도 모르고 줄을 당기며 산책하는 아이다.


그렇다면 코지의 여름 가장 큰 적은!! 바로 초파리다.


코지가 어린 시절 사회화를 시켜줘야 좋다는 말에 매우 내향적인(강아지도 내향, 외향이 있더라) 아이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닐 때가 있었다.

- 강아지 놀이터에 가면 모든 강아지에게 배를 보여줄 때... 잘못된 사회화로 성격을 더 버려놓은 것 같지만... -


여하튼, 그 당시 산책을 나가 다른 견주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날이 더워지면


"안충을 조심해야 한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안충? 그게 뭐지?'


검색해 볼 생각도 안 해봤다. 친정에서 소형견인 시츄를 키우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는 그런 거 없었는데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그해 여름 코지는 눈에 생기는 기생충 '안충'에 감염되어 전신마취 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았다.




눈이 빨게 지는 거 같더니 새벽부터 심하게 긁기 시작했다.


코지는 웰시코기라 다리가 매우 짧고 눈을 긁는데도 많이 힘이 들었을 거다.


탁! 탁! 바닥 때리는 소리에 새벽부터 우리도 잠을 못 자고 코지를 확인했다.

눈은 퉁퉁 부어 빨갛고 눈물과 하얀 고름이 끼어 있었다.


초파리가 눈물이 나 피를 흡혈하며 유충을 전파한다는데, 코지는 특히나 초파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잠시 한눈팔아도 3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한 적이 수십 번이다.


눈가까이 붙어 있는데 간지럽지도 않은지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산책만 즐기는 댕청미 가득한 우리 코지


그렇게... 지금까지 3번의 안충을 제거했다! 전신마취를 하고 해야 하니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산책을 안 시킬 수도 없는 노릇!


코지엄마는 큰 결심을 했다.


강아지 고글을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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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이 너무 싫어 고글을 샀다. 고글이 너무 싫어 코지는 산책을 거부했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군견이나 이런 애들이 많이 쓴데! 나뭇가지나 안충으로부터 애기 눈을 보호한데, 병원비보다는 이게 싸잖아"


코지의 비싼 병원비보다 싸다 느낀 나는 남편을 설득시키곤 냉큼 결제했다.


너무 귀여워!!! 멋있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저 고글은 하루사이에 수명을 다 했다.

산책을 나간 순간 바닥에 문질러 버리는 코지.


'코지야 엄마마음도 문드러지고 있다.'


삼보일(三步一) 문지름이었다. 짧은 다리로 어떻게든 벗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저때가 코지를 키운 지 1년 조금 지났을 때니, 나도 초보 엄마. 지금 같으면 집에서 고글 훈련을 더 시키고 갔을 텐데 저 당시엔 코지가 우리 맘을 알아주고 얌전히 잘 쓰고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너무 믿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나의 계획은 실패했다.


그 이후로도 코지는 3년 연속 매년 안충에 걸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젠 아예 물이 고여있는 있는 풀숲 쪽으론 쳐다도 보지 않고 있고, 안충에 걸리지 않은지 올해로 3년째다.


우리는 여름이 무섭다. 여름의 습함에 나오는 안충이 너무 무섭다.

지금도 과잉보호하는 남편은 안충이 한 마리라도 보일라치면 냅다 도망을 가고 두 번 다신 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


여름은 댕댕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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