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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시 코기가 확실합니다.

입양하기

by 블랙코지


처음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 부부는 어떤 견종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에 종류는 얼마나 다양한지. 무조건 10년 이상 함께 지내야 하는 아이인데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레브라도 레트리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 하지만 대형견은 정말 커!"


"포메라니안, 얼굴이 깡패래 너무 이쁘다. 근데 털이 많이 빠진데... 그리고 좀만 더 컸으면 좋겠어."


"그럼... 대형견도 소형견도 아닌 중형견 그중에 웰시코기는 어때?"


우리 부부는 은연중에 둘 다 웰시코기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다.


털이 많이 빠진다는 건 모든 매체에서 들어 익히 알게 있었고, 거의 1순위였던 포메도 많이 빠진다 하니 그건 마찬가지고, 결국 웰시의 빵실한 엉덩이에 꽂혀 우리 부부는 선택했다.


"웰시코기를 키우자!"


예전에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에 천재견으로 등장하는 웰시코기가 있다. 이름이 '아인'이었는데 내가 미디어를 통해 가장 처음 접해본 웰시코기인 것 같다. 이것 역시 (슬램덩크보고 배구 시작한 여자처럼,) 애니에 나오는 웰시를 보고 꼭 키워보고 싶었다.


우리 남편도 어릴 때 본 매체에서 웰시코기를 봤고 키우고 싶다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가정분양이 가능했기에 카페를 서치 했고, 남양주의 어딘가에 새끼 웰시를 분양한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집에서 가까운 건 아니었지만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었다.

6마리 남매들 중 3마리가 우리가 흔히 아는 갈색털이 있는 아이들, 3마리가 검정 털을 가진 특이한 아이들이었다.





SunpI7sd1mCOsZWRmK9-1pQkgXA 코지 입양 하기 전 정보 사진




친정에서 키웠던 시츄가 있었다.

그 아이도 특이하게 갈색털을 가진 시츄가 아닌 검정 털을 가진 시츄였고, 사람들은 특이한 털색을 가졌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으로만 보는데도 나는 검정 웰시코기가 눈에 들어왔다.

혹은 내가 특이한 걸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남편을 골랐나


남편과 일단 가서 한번 보고 결정을 내리자며 냉큼 출발했다.


이제 막 한 달이 넘은, 진짜 작은 아기 강아지들이었다. 아직 걷지 못해 아장거리고 있는 꼬물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마음 같아선 진짜 다 데려오고 싶을 만큼 여섯 아이들 다 이쁘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남편은 모두가 흔히 알고 있는 갈색의 웰시를 염두에 두고 갔겠지만, 내가 검정아이를 밀고 나오니 솔깃해하는 것 같았다.


"얘는 밤에 울지도 않아요. 엄마 젖 떼서 사료 먹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렇게 말했던 입양시키는 젊은 남자분에게 속은 것 같지만,

우린 밤에 울지도 않고 잘생긴 검정 웰시코기를 입양해 왔다. 한주먹만 한 애기를 말이다.


이름을 '코지'라고 지었다.


물그릇을 놔주고, 배변패드를 깔았다.


쓸데없이 주워들은 게 있어 잠을 분리해야 한다고 하기에 울타리에 가두고 잠자리에 누웠다.

"끼잉- 끼잉- 끼잉-"

신경 쓰지 않으려 귀를 막았다.


"아오오- 아우울-"


정말 작은 입을 모아 하울링까지 하기 시작하자. 나 혼자 눈물이 터지려고 했다.


밤에 울지 않는 아이는... 내가 데려온 코지가 아니라 그 옆에 다른 아이였던 것 같았다.


'그 젊은 남자분이 강아지들이 너무 똑같이 생겨서 착각했거나. 시끄러워서 남에 집에 빨리 보내고 싶었나 보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울고 하울링을 할 수가 없지.

너무 작고 어린 게 너무 딱한 마음이 들어 아이를 안아 들었다.


하지만 냉정한 남편은 함께 자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걱정은 많아서 너무도 작은 아이가 죽을 까봐 잠을 뒤척이며 밤새 숨은 잘 쉬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코지를 아들로 입양하며 우리의 동거가 시작됐다.





처음 물먹는 코지, 불안해서 먹는 둥 마는 둥



검은 웰시코기는 흔하지 않다.

벌써 7살이 된 코지와 산책을 나가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검은색 웰시코기가 있네."


라는 말이다. 그리고 또 들리는 소리가 있다.


"보더콜리랑 웰시코기랑 섞였나 봐" 혹은

"시베리안 허스키랑 웰시코기랑 섞였나 봐"라는 말이다.


우리 부부는 그런 말을 들어도 이젠 피식 웃고 만다.


우리가 가정분양을 가서 확인한 결과...

코지의 친엄마가 흔히 많이 알고 있는 갈색의 웰시고, 친아빠가 우리 코지와 똑같이 생긴 검은색 웰시였다.

우린 두 눈으로 확인했고,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진짜 검정 웰시코기가 있다는 것은 알게 된다.


"검은 웰시가 특이하죠. 우리 강아지 진짜 웰시코기 맞아요. 섞인 거 아니에요!"


아직도 우린 물어보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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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