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 성장기
코지는 태어나고 한 달 조금 넘은 날에 우리 집으로 입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작은 아기 강아지들을 선호해서 조금만 크면 인기가 없어진다.
애견을 분양하는 샵에서도 강아지들이 많이 크지 않도록 사료를 정말 조금 준다고 들었다.
코지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가정분양을 받았지만(지금은 가정분양이 불법이 되어서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 당시 너무 일찍 엄마와 생이별시킨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던 것을 몸소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생후 2개월 이상은 지난 후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엄마와 형제들과 상호작용을 해 보기도 전에 우리 집으로 오게 됐고 지금은 약간 문제(가 있는) 견이 되었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코지는 낯선 집에 오자마자 티비장 밑으로 들어가 다음날 밥을 먹기 전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무서움보다 배고픔에 굴복한 코지!
코지 입양처에 도착 후 정말 비슷하게 생긴 형제들 중 누구를 데려와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입양하시는 분이 말씀하시길 둘 중 코지가 밤에 찡찡거리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사실은 반대였던 것 이 아닐까?
그분이 헷갈려서 그렇게 말하셨거나 겁이 많아 밤에 우는 코지가 시끄러워 하루라도 빨리 치워버리고 싶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신 건 아닐지, 나는 의심을 한다.
처음 집으로 오고 작은 입으로 하울링을 하는 게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밤새 찡찡거린 후 다음 날 코지의 응가에서 하얗고 길쭉한 무언가가 발견됐다.
기생충!
너무 징그러운 모습의 긴 해충이 꿈틀거리는 충격적인 모양에 바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기생충 약을 먹인 후 죽은 해충이 나온 걸 확인했지만, 이번에 피가 섞인 변을 보기 시작했고 다시 병원을 향했다. 그 후로도 장이 약한 코지는 혈변을 많이 봤고 병원을 많이 다녔다.
그래도 무럭무럭 자라 체중이 쑥쑥 늘었고, 가로길이도 쭉쭉 길어졌다.
다른 견주분들은 코지의 앞 발을 보고 많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고, 지금도 산책을 나가서 마주치는 연세 드신 분들은 솔직하게 말씀하신다.
"너는 살이 많이 쪄서 운동 많이 해야겠다."
웰시코기의 포인트는 짧은 다리와 식빵 엉덩이, 큰데도 뾰족하게 위로 솟은 귀다.
우리 남편은 코지 귀가 서지 않고 쳐질까 봐 노심초사하며 매일 정성 들여 귀를 세워줬다.
한쪽 귀만 먼저 설 때는 '짝귀'가 될까 봐 걱정하는 게 나로서는 어이없었지만.
붉은 코가 깜장코로 변신하던 과정도 있었고, 어린 시절 산책만 나가면 산책로에 떨어져 있는 모든 것
-낙엽, 쓰레기, 열매 등-을 입에 넣어서 혈변을 볼까 봐 더욱 걱정을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식탐이 많은 아이는 바닥에 떨어진 것을 입에 넣고 본다.
코지는 앞발에 비례하며 쑥쑥 커나갔다.
지금은 리모컨이 얼굴길이 밖에 안되니 말이다.
집에 있는 가구와 소파 등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려고 남편은 무던히 노력했다.
장난감과 개껌을 매일매일 던져줬고, 나는 오리목뼈나 돼지등뼈등을 집에서 말려 주었다.
작은 소형견인 시츄를 키울 때는 이갈이를 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표가 안 났는데 코지를 키울 때는
깜짝 놀랐다.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들었는데 너무 무섭게 생긴 코지의 이빨이었다.
딱딱한걸 많이 줘서 이가 빠져버렸는지 알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코지를 붙잡고 자세히 보니 이빨이 빠진 자리엔 벌써 새로운 이빨이 많이 자라 있었고, 그제야 이 섬뜩한 무언가가 이갈이를 하느라 빠진 코지의 예전 이빨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개껌을 먹다가 혼자 톡 빠져버린 듯했다.
"이렇게 큰 이빨이 빠지고 새로 나는 걸 보니 신기하네."
배변훈련을 한다고 밥을 먹인 후엔 졸졸 따라다니며 용변 포즈를 취하면 순식간에 낚아채 배변패드 위로
옮겨 배변 훈련을 시켰고, 간식을 미끼로 개인기를 키워나가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식탐이 많은 코지는 훈련시키면 곧잘 따라 하는 똑똑한 강아지였고 배변 실수도 하지 않는다.
야외에서 배변하는 걸 좋아하지만 집에서도 곧잘 해서 비 오는 날 꼭 나가야 하는 귀찮음을 줄여주어 우리 부부가 조금 편하기도 하다.
지금은 앉아, 손, 엎드려, 돌아, 짖어를 할 수 있다.
코지는 확실히 좋은 성격의 아이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개인기를 하면서도 조금씩 성질을 내고 손에 간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마친 후에 개인기를 완성한다.
강아지들도 제각각 성격이 다른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한데, 내가 골라서 입양한 아이니까 이 아이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코지는 예민하고 겁이 많고 붙어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이건 섭섭하다. 고양이보다 못한 강아지) 아이라는 걸
알게 됐고, 트러블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피해 가는 중이다.
성격 좋은 아이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