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강아지 한정
우리 코지는 검은색 웰시코기다.
함께 산책을 할 때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는
"검은색 웰시코기도 있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만나보기 쉽지 않은 모색인 것 같다.
애견 놀이터에 방문해 보면 수많은 견종이 보인다.
당연히 웰시도 있지만 대부분 갈색과 흰색털을 가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인다.
코지는 그 사이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는 강아지라 한 번에 찾을 수 있다.
물론 다리가 짧아서 묻힐 때도 있고...
최근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견종인 포메라니안과 비숑을 만나면 흰색털을 입고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저런 강아지들이 공원에 모여 있으면 견주는 한 번에 자신의 반려견을 알아볼 수 있을까?
저 틈사이에서 금방 찾아낼 수 있을까?
강아지를 키워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거다.
내 강아지는 걷는 것만 봐도, 멀리서 하는 행동만 봐도 특징이 보이고 뭘 하고 있는지 어떤 사고를 저지르고 있는지 알고 있다.
처음 코지를 키우면서 초반에는 이 아이가 왜 짖고 왜 찡찡거리고 어떤 마음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답답한 적도 있었다.
이제 함께 한지 8년.
웬만해선 표정과 행동을 보고 코지의 감정을 읽게 됐다.
일단 코지를 키우면서 가장 신기한 건 정확한 배꼽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침 먹을 시간이 됐는데 한참 일어나지 않으면 끊임없이 "끼웅끼웅끼웅" 소리를 내며 찡얼거린다.
코지는 매우 소심한 아이라 그런지 절대 옆으로 와서 깨우는 일은 없다. (가끔 섭섭하다.)
그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약하게 어필하며 칭얼 댈 뿐.
저녁도 마찬가지다. 오차가 거의 없이 밥 먹는 시간이 되면 우리 앞으로 다가와 밥을 내놓으라고
사인을 보낸다.
1단계 : 정면으로 마주 서고 우리와(특히 아빠와) 눈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린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2단계 : "아우웅. 하우웅" 하고 한숨 쉬듯 작게 소리를 낸다.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3단계 : 1,2단계를 안달 낸다.
'밥을 내놓아라!'
식탐 많은 코지는 자기 밥그릇은 확실하게 챙기는 아이.
웰시코기는 흰자위가 많이 보이는 편이라 표정이 풍부하고 확실하게 드러난다.
귀찮고 싫어하는 표정도 확실하고 기분이 좋지 않으면 위를 올려다보는 게 확실히 노려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면 반가워서 짖고 낯선 사람들에게 만져달라고 짖는다.
물론 처음 뵙는 분들은 코지의 짖음 소리에 많이 놀라시고, 우리는 코지가 쓰다듬어 달라고 짖는다고 오해를 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즐거우면 웃고 힘들면 입꼬리가 처지고 삐지고 화내고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아플 때면 나에게 다가와 자신을 신경 쓰라며 코와 입을 들이데 내 손을 툭툭 쳐내기도 하며
항상 우리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코지와 마주 안고 그윽하게 서로를 바라본다.
깊고 순수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코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