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더 심한가
코지네는 분리 불안이 존재한다.
코지에게만 분리 불안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부부에게도 있어서 코지네는 모두가 분리불안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
처음 코지를 입양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작지만 잔디를 심어둔 마당과 테라스가 존재해서였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을 조금 힘들어했던 남편은 윗집이 없는 복복층 빌라를 원했다.
마음에 드는 빌라를 고르고 꽤 넓은 테라스와 잔디 마당(4 가구 공용이었지만)을 보고 이런 환경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로망이 생겼고, 그렇게 코지를 입양했다.
그 집은 한참 언덕을 올라가 외진 곳에 위치했고 주변은 전원주택이 주로 있는 곳이었다.
테라스에서 코지가 짓으면 주변 강아지들이 메아리치듯 대답을 해주던 곳.
코지가 집에서 하울링을 하고 짖어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는 외지고 조용하던 곳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는 코지의 분리 불안을 적극적으로 고쳐주려 하지 않았다.
물론 카메라도 설치해보지 않아서 분리 불안이 있다는 것을 늦게 알게 된 것도 있었다.
조금 노력을 해보기도 했지만 코지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었고, 최대한 함께 해주려 했다.
그러다 1년 전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우리 가족은 걱정이 많아졌다.
아파트에서의 하울링과 짖는 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주변의 입주민분들에겐 피해를 드릴 순 없었다. 민원 같은 걸 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 전의 빌라는 특성상 전혀 뭐라 하는 사람도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기에 코지를 그냥 방치했던
우리의 잘못을 아파트에 이사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된 거다.
인터넷을 서칭 해본 결과 애견 방음부스가 있었고, 망설임 없이 구매해야 했다.
코지에겐 좁은 공간에 갇히는 게 되겠지만 별수 없었다. 함께 살아야 하고 남에겐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우리는 맞벌이를 하는 부부인지라 코지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꼭 생기고 방음부스에 넣기로 결정했다.
캠핑용 에어컨도 사서 한 여름에도 코지가 들어가 있을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코지를 넣기에 만만하지 않았다.
코지는 그 안에서 입과 발톱에 피가 날 때까지 방음부스를 망가뜨렸다.
조금이라도 넓게 쓰라고 가장 큰 방음부스를 구입했지만 그 안에 사용했었던 코지의 작은 켄넬을 넣어
다시 좁은 곳에 코지를 가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혼자 집에 잘 있으면 얼마나 우리 마음도 편할까.
혼자 두고 갈 때마다 우리는 설치해 둔 카메라를 보고 코지가 얌전히 잘 있는지 확인한다.
틈만 나면 카메라를 보며 코지와 분리되어 생기는 불안증이 피어오른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두고 코지와 함께 있어주기만 할 수도 없는 현실.
한때는 코지의 강아지 동생을 하나 더 입양해야 하나 잠시 고려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둘이 의지라도 하라고 키우는 것이겠지만, 보호자만 기다리는 외로운 강아지가 두 마리가 될 뿐이다.'
이 말을 듣고 동생을 입양한다는 마음을 싹 닫았다.
코지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동생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 일 테니까.
우리는 매일 스케줄을 최대한 조절해 보고 코지와 함께 있어주려고 노력한다.
코지와 우리의 분리 불안이 사라질 수 있도록 좀 더 해결책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