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단짝 여자친구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준 코지

by 블랙코지


코지를 입양했을 무렵 TV에는 훈련사분들이 나와 강아지들도 꾸준한 산책을 시켜주고 사회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조언들을 많이 하셨다.


결혼 전 친정에서 시츄를 키웠을 때, 그 아이는 산책을 나가자고 보채지 않고 요구도 별로 없는 아이였기에

산책 같은 걸 별로 신경 쓴 적이 없었다.

뒤늦게 알고 보니 시츄들의 기본 성격이 그렇게 요구하지 않는 아이들이었고, 좀 더 즐겁게 외출하고 산책을

시켜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들었다.

예전에는 산책 같은 개념도, 사회성을 길러줘야 하는 이유도, 친구를 만들어 준다는 생각 같은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KakaoTalk_20250910_215242435.jpg 코지와 여자친구


우리 부부는 코지가 5차 접종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산책을 나갔다.

나와는 다르게 다른 친구들과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까...


공원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강아지들이 나와서 풀냄새를 맡으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꾸준히 같은 공원을 산책 다니다 보니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산책을 나오는 강아지와 견주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됐다.

강아지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거의 3,4시간은 기본으로 산책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악연은 존재하는 건지. 코지는 한창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친구를 하나 만났다.

코지가 한참 아기일 때 만난 친구 하나가 무척이나 활발한 성격을 가져서인지 무자비하게 뛰어다니며 코지에게 입질을 했다.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말이다.


코지가 당시 싫은 티를 많이 냈지만, 무지한 우리는 코지의 바디랭귀지를 읽지 못했다.

지금 같으면 당장에 말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을 테지만 그 당시 여러모로 잘 몰랐던 우리에게 그 견주분의

"코지가 혼자 겪어 내야 한다"

라는 말을 듣곤 도와주지 않았다. 그렇게 견뎌내고 좋아질 줄 알았던 우리의 착각이었다.


그 결과 코지는 대부분의 강아지들을 좋아하지 않은 채 성장하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성급하게 다가오는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을 예뻐할 것 같은 견주를 더 반긴다.

강아지 친구들을 싫어하는 강아지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여전히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어 1년 차에도 꾸준히 공원을 다니던 어느 날.

내 또래로 보이는 작고 예쁘게 생긴 여자분이 갈색털의 웰시코기와 함께 산책을 나왔고,

검은색 털을 가진 코지를 보곤 반갑게 인사하며 말 걸어 주었다.


'이오(웰시코기 이름)'는 코지보다 5개월 늦게 태어났다.

내향적이고 겁쟁이인 코지에게 성격 좋고 매너 있게 다가와줘서 처음 본 날부터 코지와 잘 놀아주었기에

나도 안심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친구(코지에게도 나에게도)가 생겼다.

그 친구 덕분에 내향인인 내가 공원에 강아지들 산책 모임에도 가끔씩 꼽사리 끼어서 놀게 됐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산책친구가 되었다.




KakaoTalk_20250910_215050143.jpg 이오와 코지



코지친구인 '이오'는 아이라인이 예쁜 애교 많은 웰시코기다.

코지랑 다르게 계속 만져달라고 얼굴을 들이밀고 반갑다고 엉덩이가 흔들릴 정도로 격하게 환영해 준다.

가끔은 삐져서 가까이도 안 오려하는 걸 보면 정말 코지랑 다른 성격의 웰시코기라 신기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공원에서 만나 산책을 하곤 했다.

이오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그 당시엔 우리 부부도, 이오를 키우는 견주 부부도 결혼을 했지만 아직 애가 없던 시기였기에 함께 꽤 먼 곳으로 놀러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각자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며 즐겁게 놀았다.


7년이 지난 지금은 그 친구들은 이오와 함께 연년생인 아들과 딸까지 키우고 있어 많이 바빠져 자주 못 보지만, 여전히 가끔씩이라도 만나고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내향인인 나로서는 강아지를 키우다 내 친구까지 사귈지 몰랐는데 지금은 안 보면 보고 싶고 궁금한

내 친구가 되었다.


코지도 이오를 그리워할 텐데 조만간 이오네를 만나러 한번 가야겠다.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