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연을 만들어준 코지
코지를 입양했을 무렵 TV에는 훈련사분들이 나와 강아지들도 꾸준한 산책을 시켜주고 사회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조언들을 많이 하셨다.
결혼 전 친정에서 시츄를 키웠을 때, 그 아이는 산책을 나가자고 보채지 않고 요구도 별로 없는 아이였기에
산책 같은 걸 별로 신경 쓴 적이 없었다.
뒤늦게 알고 보니 시츄들의 기본 성격이 그렇게 요구하지 않는 아이들이었고, 좀 더 즐겁게 외출하고 산책을
시켜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들었다.
예전에는 산책 같은 개념도, 사회성을 길러줘야 하는 이유도, 친구를 만들어 준다는 생각 같은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우리 부부는 코지가 5차 접종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산책을 나갔다.
나와는 다르게 다른 친구들과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까...
공원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강아지들이 나와서 풀냄새를 맡으며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꾸준히 같은 공원을 산책 다니다 보니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산책을 나오는 강아지와 견주분들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됐다.
강아지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거의 3,4시간은 기본으로 산책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악연은 존재하는 건지. 코지는 한창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친구를 하나 만났다.
코지가 한참 아기일 때 만난 친구 하나가 무척이나 활발한 성격을 가져서인지 무자비하게 뛰어다니며 코지에게 입질을 했다.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말이다.
코지가 당시 싫은 티를 많이 냈지만, 무지한 우리는 코지의 바디랭귀지를 읽지 못했다.
지금 같으면 당장에 말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을 테지만 그 당시 여러모로 잘 몰랐던 우리에게 그 견주분의
"코지가 혼자 겪어 내야 한다"
라는 말을 듣곤 도와주지 않았다. 그렇게 견뎌내고 좋아질 줄 알았던 우리의 착각이었다.
그 결과 코지는 대부분의 강아지들을 좋아하지 않은 채 성장하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성급하게 다가오는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고 자신을 예뻐할 것 같은 견주를 더 반긴다.
강아지 친구들을 싫어하는 강아지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여전히 사회성을 길러주고 싶어 1년 차에도 꾸준히 공원을 다니던 어느 날.
내 또래로 보이는 작고 예쁘게 생긴 여자분이 갈색털의 웰시코기와 함께 산책을 나왔고,
검은색 털을 가진 코지를 보곤 반갑게 인사하며 말 걸어 주었다.
'이오(웰시코기 이름)'는 코지보다 5개월 늦게 태어났다.
내향적이고 겁쟁이인 코지에게 성격 좋고 매너 있게 다가와줘서 처음 본 날부터 코지와 잘 놀아주었기에
나도 안심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친구(코지에게도 나에게도)가 생겼다.
그 친구 덕분에 내향인인 내가 공원에 강아지들 산책 모임에도 가끔씩 꼽사리 끼어서 놀게 됐고,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산책친구가 되었다.
코지친구인 '이오'는 아이라인이 예쁜 애교 많은 웰시코기다.
코지랑 다르게 계속 만져달라고 얼굴을 들이밀고 반갑다고 엉덩이가 흔들릴 정도로 격하게 환영해 준다.
가끔은 삐져서 가까이도 안 오려하는 걸 보면 정말 코지랑 다른 성격의 웰시코기라 신기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공원에서 만나 산책을 하곤 했다.
이오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그 당시엔 우리 부부도, 이오를 키우는 견주 부부도 결혼을 했지만 아직 애가 없던 시기였기에 함께 꽤 먼 곳으로 놀러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각자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며 즐겁게 놀았다.
7년이 지난 지금은 그 친구들은 이오와 함께 연년생인 아들과 딸까지 키우고 있어 많이 바빠져 자주 못 보지만, 여전히 가끔씩이라도 만나고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내향인인 나로서는 강아지를 키우다 내 친구까지 사귈지 몰랐는데 지금은 안 보면 보고 싶고 궁금한
내 친구가 되었다.
코지도 이오를 그리워할 텐데 조만간 이오네를 만나러 한번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