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많아 슬픈 코지
코지는 16kg이나 나가는 중형견이다.
다리가 짧아 멀리 서는 꽤 작아 보일지 몰라도 가까이 보면 길고 퉁퉁한 몸통을 가지고 있어
결코 작지 않은 덩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덩치에 맞지 않게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아니, 이건 좋게 말해서 그런 거고 심하게 겁쟁이라는 말!
강아지마다 성격의 특성이 있겠지만 코지는 정말 많이 겁쟁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부부는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가고 애견 놀이터를 찾아다니고
지나가는 친구들과 인사시켜 주려고 노력했다. (내향형인 내 성격에 맞지 않았지만 코지를 위해 노력했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무언가를 잘못한 건지 코지가 심하게 쫄보인 것인지!
코지는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납작 엎드리고 귀를 뒤로 젖히며 한껏 놀라고, 도망 다니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가오는 친구들이 싫다고 짖고 쫓아내기 바쁜 모습을 보였다.
코지 사회성 훈련과 친구 사귀어주기를 열심히 진행했던 1년간...
코지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스트레스받고 있었던 것 같다.
코지는 새롭고 낯선, 매너 없이 입부터 들이대는 친구들은 필요 없다고 우리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 늦게 알게 되어 미안할 따름.
나만해도 낯선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좋아하지 않으니 내향적인 코지 마음이 심하게 이해되었고
우리는 그날부터 스트레스 없이 우리끼리 즐겁고 행복하게 산책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강아지 친구는 딱! '이오' 하나만 남았다.)
하지만 쫄보인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 법!
이오가 귀에 대고 짖어도 쫄보표정이 나온다.
작은 강아지들이 다가와도 쫄보표정이 나오고 뒷걸음친다.
길에서 만난 길냥이들(길고양이들)에게 호기롭게 뛰어갔다가 하악질- 하는 고양이를 보곤 꽁지 내리며 뒷걸음친다.
길냥이에게 갑작스러운 냥펀치(고양이 주먹에 맞음)를 맞고는 시무룩해진 표정을 보곤 어이가 없었다.
덩치가 아까워 조금 한심스럽기도 했다. 얻어맞고 다니는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안 때리고 다니니 다행인 걸까?
페이크(Fake)로 물려는 척도 다른 이들에겐 전혀 없다.
만만한 가족한테만 가끔씩 분풀이로 할 뿐이다.
그런 쫄보인데도 안타까운 건 코지의 큰 덩치로 인해 오해를 사는 일이 다반사라는 거다.
한밤중에 갑자기 다가오신 분들이 무섭고, 친구들에게도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성으로 짖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시고 무서워하시며 놀라서 도망가신다.
민망하고 안타까운 상황.
안 짖으면 가장 좋겠지만 코지는 그저 겁이 많아 짖을 수밖에 없는 강아지인 것인데...
'빈수레라 요란할 수밖에 없는 강아지'
집에서는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만 봐도 무서워 칭얼거리는 코지를 보며 어이없기도 하지만
어쩌랴.
덩치 크고 잘 생겼다고 겁 없는 것 아니다.
타고난 성격이 겁쟁이일 뿐이다.
사랑스러운 쫄보. 서코지